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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라도 천년은 ‘우리’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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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신광재 문화예술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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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신광재 기자] 전라도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라천년(全羅千年)’특별전을 찾았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라도에서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보고 싶었다. 천년을 지킨 사람 한명을 뽑으라면 ‘누구?’일까하는 의문을 품고.

왕에 대한 충의(忠義)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유생 의병과 수많은 역사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특별전시의 메인을 장식했다. 생각했던 대로였다. 박물관에 100여명의 중학생이 단체관람을 왔지만 채 1분도 머무르지 않고 밖에서 놀기에 바빴다. 이미 중학생들도 학교에서 배운 영웅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말 빼앗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이름 없는 사람들, 전봉준(1855~1898)과 함께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던 민초,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5·18민중항쟁의 시민군, 이들이 전라도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이 아닐까?.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친 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전라도 출신의 민주투사들도.
독일의 역사가 레오폴트 랑케(1795~1886)는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판단된 사건을 중심으로 의미 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역사에 남긴다. 정말 전라도 천년의 역사가 ‘있는 그대로’의 역사일까? 전라도 천년 역사가 과연 객관적이고 공평한 관점에서 서술되어진 역사일까?.

인류역사는 개인과 집단의 갈등, 협력, 대립, 억압, 정복전쟁과 크고 작은 살육 행위로 점철되었다. 때문에 전라도 천년의 역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으로 서술되어 졌을까?.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연장선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인지할 수 없다면 과거의 역사처럼 흘러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라도 천년은 영웅의 역사가 아닌 우리들의 역사, 촛불혁명처럼 중요하다고 판단된 사건을 중심으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사실을 엮어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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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회가 생각했던 만큼 마음속 떨림의 진폭은 낮았지만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권력과 부를 독점한 지배계급이 아니라,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피지배계급이 사회를 변혁하고 역사를 만드는 주역이라고 생각한 전봉준과 정여립(1546~1589), 그리고 민초들이 전라도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이였다는 것. 그리고 과거 천년과 지금 전라도에 살아온 우리는 이 땅을 닮아서 온전하고 비단결 같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자부심도 얻게 됐다.

‘전라천년’ 특별전시회는 국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2월 10일까지 전시되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는 큐레이터와 함께 할 수 있다.




호남취재본부 신광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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