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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차라리 삐삐시대에서 멈출 걸”…공포의 초연결사회

최종수정 2018.12.03 13:16 기사입력 2018.12.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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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KT 아현통신구 화재 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KT 아현통신구 화재 피해에 대한 보상을 촉구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차라리 삐삐 시대에 멈췄어야 했을까?” 지난달 24일 서울 아현동 KT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손석희 JTBC 아나운서가 한 말이다. 한국 사회는 실제 삐삐 시대를 거쳐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도시화·집적화로 인해 ‘초연결사회’가 됐다. 그럴 수록 인간이 일으키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가 태풍·호우 등 자연 재해보다 훨씬 더 엄청난 재앙을 가져 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재난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화재, 해난 사고, 감염병, 해킹 등 각종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사망 기준)가 태풍·지진·호우 등 자연 재난보다 6배 가량 많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890명에 달한 반면, 자연 재난 인명 피해는 10년간 152명에 그쳤다. 재산 피해도 자연 재해는 10년간 총 3조4864억3000만원에 그친 반면 사회적 재난에 따른 재산 피해 총액은 그보다 2.5배 가량 많은 9조3850억원에 달했다.

웬만한 ‘초강력 태풍’ 하나보다는 ‘흔한’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2012년 8월 한반도를 급습한 태풍 블라벤은 사망 10명, 재산피해 6365억원 등 역대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태풍 솔릭도 사망 1명, 재산 피해 복구 비용 1700억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초강력 태풍 몇 개를 합친 것보다 심각하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등에 따라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2014년 한 해에만 약 9조2700억원에 달했다.

이번 통신구 화재도 재난의 네트워크화·복합화로 인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대표적 케이스다. 단순한 작은 화재였지만, 통신망 마비로 인한 카드 결제 불능 등으로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등 고도화ㆍ복합화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문명 발달로 인해 질병·재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일반의 기대와 달리 재난의 네트워크화 등 전혀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재난과 위험이 고도화·복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소방,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 감식인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경찰, 소방,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 감식인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미래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초연결사회’로 나아갈 수록 더욱 더 심각하다. 과거 재난은 지리적으로 근접됐을 경우에만 전파되는 단선적 특성을 가졌다. 사물인터넷 등 ICT 발달로 인해 ‘과잉 연결’된 현대 사회에선 인적 재난이 기술적 기반과 결합되면서 그 파괴력이 돌발적이고 복합적이 된다. 기후 온난화, 지진 등 자연 재난이 내습하면서 기반 체계 마비로 인해 정보화 사회, ICT에 의한 네트워크가 붕괴될 위험성이 크다.

디지털 그 자체의 위험도 큰 문제다. 2007~8년 잇따라 벌어진 러시아 측의 에스토니아·그루지아 정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 2010년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이스라엘 측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등은 정부와 핵시설이 마비돼 방사능 오염이 실제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끼친 ‘디지털 재난’의 대표적 사례다.

정보 보안이나 개인 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하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실시간·능동적으로 재난을 관리할 수 있는 미래형 통합 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무한 경쟁이나 대립을 넘어 협업과 협력을 통해 어느 한쪽의 기반망이 마비되더라도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사회적 복원력(Resilience)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자체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데이터 품질과 중계 인프라, 인증, 보안 등의 전략을 마련해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통신구 화재의 경우 결국 데이터 중계 인프라의 부실 때문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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