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직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기 전에 전직 대법관들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현재까지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지난 23~24일 소환조사를 받은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원행정처장 시절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의혹과 관련,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을 통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에 해박한 전직 대법관들이 자신을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 몰아가려는 검찰 수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해 "후배법관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둘러대는 것 역시 대법관·대법원장 등 '윗선'으로 혐의가 확대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원 조직을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고 전 대법관을 끝으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장 3명을 모두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의 진술 태도와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무 총괄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윗선'인 전직 대법관들도 형평성 차원에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조사에 앞서 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 내용을 봤을 때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권 대법관은 2012~2014년 일제 강제징용, 통상임금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다.
그는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법관 탄핵소추 대상으로도 유력하게 언급된다. 만약 검찰이 권 대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조사할 경우 법원 내·외부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원ㆍ노정희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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