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사주 매입 작년의 4배…"숨은 위험 경계해야"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중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를 지원하고 있다.

2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돼 있는 913개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총 355억위안(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 규모의 4배에 근접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열풍이 6조4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증시를 부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당분간 이러한 자사주 매입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까지만 해도 자사주 매입은 직원들에게 주식 인센티브를 주는 성격의 제한적 목적에서만 허용됐었다. 하지만 증권 당국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허용 범위를 기업 가치 보호 또는 주주 이익 보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확대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 증권당국이 자사주 매입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은 상하이 주식시장이 올해 20% 가량 하락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으로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현금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UBS자산운용의 후이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같은 증시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장기적 전망이 좋지만 기업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물론 대부분이 현금을 많이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며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한 많은 기업들이 현금 부족 상태에 있거나 마진콜 압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BOC인터내셔널의 재키 장 애널리스트는 "다른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강세장일때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중국은 증시 구제를 시도하는 당국의 노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