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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기부포비아까지…연말 ‘기부한파’ 녹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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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돼 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지회에서 모금에 나선다. 목표액은 4천105억 원이다. 온도탑은 목표액의 1%인 41억500만 원이 모일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오른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돼 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지회에서 모금에 나선다. 목표액은 4천105억 원이다. 온도탑은 목표액의 1%인 41억500만 원이 모일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오른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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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사랑의 온도탑’의 제막으로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각종 기부 관련 비리들로 기부 민심이 싸늘해진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기부 한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 17개 시·도지회에 ‘2019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했다. 내년 1월31일까지 4051억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목표액의 1%를 달성할 때마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1도씩 오른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회가 점점 기부에 인색해지는 분위기다. 연이은 기부금 유용사건과 경기침체 탓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6.7%에 불과했다. 2011년(34.6%)과 비교하면 7.9%p나 감소한 수치다.

기부 위축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타났다. 먼저 서민들의 기부참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을 초과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까지 사랑의 온도탑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설치 첫해(2000년)와 모금회 부정비리 사건이 터졌던 2010년 단 두 번뿐이다. 그런데 ‘2018 사랑의온도탑’은 폐막 전날까지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서 8년 만에 미달 위기에 놓였었다가 마지막날 겨우 목표액을 달성했다. 심지어 강원(86.3도), 경기(90.3도), 부산(92.8도) 등은 사랑의 온도탑 창설 이래 처음으로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불경기의 장기화로 경제적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기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은 57.3%로 단연 1위를 기록했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믿을 곳이 없다는 인식도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없다고 답한 사람 중 23.8%는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부한 금액의 사용처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알고 있지 않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61.7%) 꼴이었다. 사용처를 알고 있다는 이들은 ‘모금단체가 보내준 소식지를 통해’(64.0%) 아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과 딸의 희귀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후원금 13억원을 챙겨 엉뚱한 곳에 탕진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기부문화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고액기부자도 예외는 아니다. 1억 원 이상 기부한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창설한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신입회원 증가 폭이 감소했다, 2016년에는 422명의 신입 회원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258명에 그쳤다. 또 기존 고액기부자들의 기부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실린 기부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해당 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8381억8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9644억 원)보다 13%나 감소했다.

사실 고액을 기부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부 의존도는 매우 높다. 기업입장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미지 제고와 홍보 효과가 목적이지만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김영란법 영향으로 기업들의 전체적인 기부문화가 침체된 것이다.

다만 기부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공시의무를 가진 대형 자선단체들(구세군자선냄비본부, 대한적십자, 월드비전 등)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금 총액과 사용내역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 ·한부모 ·다문화 가정 사회적 소수자, 지역사회 역량 강화, 해외 지원 사업 등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금이 돌아갔다.

정부도 기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확립에 나섰다. 자신이나 제3자가 기부한 돈의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부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기부 재산 관리를 일정 개인이나 기관에 맡겨 원금과 수익을 공익에 쓰도록 하는 ‘공익신탁’ 제도, 연말정산에서 받은 기부금 세액공제액까지 기부하는 ‘기부장려금’ 제도 등을 내놨다.

또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가이드스타나 채리티 네비게이터 등을 벤치마킹해 ‘민간 투명성 지원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모금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부금 단체를 교육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산 100억원 이상으로 외부회계 감사대상인 공익법인이 감사보고서 전문을 공시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매기고 불법 행위를 한 공익법인 임원은 직무를 정지시킬 방침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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