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의 민낯]‘분양 양분’ 대박 아니면 쪽박…극과극 아파트

판교신도시는 교통ㆍ직주근접ㆍ교육ㆍ인프라 등을 두루 갖춘 자족 도시다. 이로 인해 '성공한 신도시'로 꼽히지만 인프라 쏠림형상으로 집값이 크게 치솟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와 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 IT 기업 등이 자리하고 있는 판교신도시 전경. 사진=김유리 기자 yr61@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를 조성 중인 가운데 아직 완성되지 못한 '2기 신도시'들이 신음하고 있다. 2기 신도시 역시 3기와 똑같은 배경으로 2003년 참여정부 때 기획됐다. 하지만 인프라 쏠림현상으로 집값이 지나치게 뛰거나 반대로 미분양이 넘쳐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인프라 개발은 16년째 표류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2기 신도시의 민낯’ 기획을 통해 집값이 급등하고 수요가 넘쳐나는 지역과 공급 과잉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해 3기 신도시의 성공 조건을 짚어본다.

경기 판교신도시의 대장주로 꼽히는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 서울 중구 명동성당 근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 단지까지 가는데 소요된 시간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분당선 판교역 맞은 편에 위치해 지하철을 통한 강남 출퇴근 시간은 더 짧아진다.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겐 ‘직주근접’ 요건도 갖췄다. 초·중·고등학교가 아파트 앞에 모여 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생활편의시설 역시 길 건너에 맞닿았다.

교통·직주근접·교육·인프라 등 내집 마련 시 고려하는 요건이 두루 갖춰진 자족 도시. ‘성공한 신도시’의 모습이지만 문제는 이에 따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 단지 전용 97㎡는 지난 9월 18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11년 준공한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588만원. 전용 97㎡의 분양가는 5억원 후반대였다. 7년여 만에 많게는 3배 가량 가격이 뛴 것이다.

2기 신도시 성공 사례로 꼽히는 판교신도시의 이면이다.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로또’였겠지만 정부 주도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과 요행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6)씨는 “판교에 살고 있는 직장 동료들은 다양한 면에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얘기한다”며 “판교로 이사를 하고 싶지만 현재 집값이 너무 비싸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쪽은 집값이 너무 높아 문제라면 다른 한쪽은 분양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울상이다. ‘신도시 양극화’는 집값의 변화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족 도시로 성장하지 못한 채 ‘베드 타운’에 머문 데다 서울 접근성, 교통 등이 여전히 미흡한 곳이 많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2011년 9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된 한빛마을1단지 한라비발디센트럴파크아파트 전용 100㎡는 지난 달 분양가를 밑도는 4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정부의 3기 신도시 구상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은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교통이 불편한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과연 효율적인 대안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정부 주도 신도시에선 영구임대주택 등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에게만 ‘신도시 분양 로또’를 통한 매매차익 등 혜택이 주어지는 게 옳은 지에 대한 논의도 끊임없다. 국토부가 9·13 대책을 통해 앞으로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전매 제한 기간을 시세차익에 따라 최대 8년으로 강화하기로 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신도시 개발에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현재 신도시 교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고 차익 환수 역시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같은 시기 신도시에 집을 샀지만 어느 지역을 샀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잘 갖춰진 교통망과 직주근접 등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