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 전반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 전 대법관이 14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오후 11시46분께 돌려보냈다. 이날 실제 조사는 오후 8시22분까지 이뤄졌고 이후 3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했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박 전 대법관에게 취재진은 "모든 혐의 부인했나", "후배들은 헌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정당한 지시라고 생각하나",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탄핵안 촉구 가결됐는데 책임감 느끼나", "국민들에게 분명한 사과가 없었는데 사과할 의향 없나", "사법농단 최종 지시자는 본인인가, 양 전 대법원장인가", "후배들의 과잉충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등 계속 질문했으나 대답하지 않고 검찰청사를 나섰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데 개입하고,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소모임을 와해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서울남부지법 한정위헌 취지 위헌심판제청을 취소하도록 압박하고,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평의 내용과 내부 동향을 수집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라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 양 전 대법원과 더불어 박 전 대법관도 서명을 한 혐의도 검찰에 의해 새로 조사됐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개입 지시 등 자신이 받는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검찰 조사실로 향하기 전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며 의혹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 거래 등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대법관은 "그렇지만 경위를 막론하고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점에 있어서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 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농단 지시는 본인 판단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 등에는 "더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 "저는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르면 20일부터 박 전 대법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박 전 대법관 조사를 마치고, 고영한 전 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장을 불러 소환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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