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합운영실태 점검… 이번에도 '반포'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강남ㆍ북 주요 정비사업장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나섰다. 재건축ㆍ재개발 조합 및 추진위원회를 대상으로 용역계약, 조합회계 등의 비리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재개발ㆍ재건축 비리는 청와대가 뽑은 8대 생활적폐 중 하나다. 서울시는 민원이 집중되는 지역을 선정해 해당 자치구와 연간으로 조합운영실태점검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19일부터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추진위원회와 강서구 긴등마을 재건축조합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단은 서울시 및 해당구청 담당자와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꾸려졌다. 점검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이중 서초구 신반포2차의 경우 이례적으로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점검이 이뤄지는 사업장이다. 현재 재건축 추진위 재구성을 추진 중으로 2003년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주민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됐고 2013년에는 시공사 선정 무효 판결까지 받았다. 2016년 신탁 방식 재건축마저 무산되고 난 후 사업 재개를 추진, 내달초 추진위 구성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정비업계에서는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점검이 집중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비가 크거나 정비 일정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 주민과 마찰이 있는 사업장이 반포 일대에 몰려있어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15차 등을 집중 점검한 바 있다. 당시에도 주재건축사업 계획 관련 설계 도서 및 산출 내역, 특화 계획 내역, 조합 운영 및 예산 집행, 용역 방법 및 계약, 조합 총회 등의 적정성을 살핀 것으로 이외 신반포한신4지구 등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강동구 긴등마을은 이미 입주까지 마친 사업장이다. 인근 마곡지구의 개발에 맞춰 뉴타운 지구에도 속했지만 결국에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2015년 마곡 힐스테이트로 입주를 끝냈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은 추정분담금 등 회계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긴등마을의 경우 최근에는 토지보상금 등을 놓고 조합과 해당 토지 소유자 사이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두 사업지 모두 추진위나 조합 운영 과정에서의 예산관리 등 회계 투명성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됐던 곳으로 이번 점검을 통해 자금 차입, 예산 편성ㆍ집행, 회계처리 등의 적정성을 살피기로 했다. 정비사업장 내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주민 알권리를 위한 정보공개의 적정성 여부도 점검한다. 필요한 경우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한 자문에도 나선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 대한 서울시 점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나 조합 내 비리를 사전 차단해야 분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서다. 실제 분양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경우 자칫 분양가나 인근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외부전문가와 함께 점검에 나서 추진위나 조합의 일탈행위를 사전 차단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점검 결과나 조치 방안은 물론 조치계획 통보에 따른 이행계획도 받아내 전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2일 재개발ㆍ재건축 비리를 비롯해 채용비리와 학사비리, 경제적약자에 대한 불공정ㆍ갑질행위, 공적자금 부정수급, 요양병원 보험금 수급 비리,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패 행위, 탈세 등을 8대 생활적폐로 꼽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