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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명 주말에 집에 갇힌다"…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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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복합쇼핑몰 월2회 의무휴업 개정안 통과 시
일요일 서울·수도권 쇼핑몰 이용객 62만2000명 집에 갇혀야
“주말에 갈 곳 없어진다” 쉴 권리 박탈 당해
"60만명 주말에 집에 갇힌다"…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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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다음달 임시국회에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이다. 명분은 지역 소상공인 보호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찬성 쪽에선 일요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 '쉴 권리'도 사라진다는 게 유통 업계와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2019년 11월17일 일요일 오전 10시.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이은형(가명, 39)·길주은(가명, 39)씨의 스마트폰에서 굉음이 울렸다. 환경부에서 보낸 긴급재난문자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되도록 삼가하고, 외출시 마스크를 꼭 쓰시길 바랍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하늘은 잿빛이었다. 창문을 닫았지만 목이 칼칼한 것 같았다. 길 씨가 공기청정기를 틀자마자 6살, 5살 된 아이들이 외투를 껴입고 나왔다. "엄마, 빨리 가요."

이 씨는 난감했다. 날짜를 제대로 체크 안 한 게 잘못이었다. 하필이면 오늘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일이었다. 집에서 롯데 은평몰까지 차를 타고 가면 10분. 아이들은 그 곳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월드 언더씨킹덤' 단골 고객이었다. 가족이 한나절 놀고 밥 먹고 쇼핑하며 시간을 때울 곳 중엔 이만한 데가 없었다. 오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여름 장마철, 칼바람 부는 겨울엔 별 일 없는 한, 매주 가다시피 했다. "어떡하지? 오늘 롯데월드 문 닫는다는데…" 아이들의 입이 댓 발 나왔다. 더 울고 싶은 건 부모였다. 기운이 펄펄 넘치는 아들 둘과 하루 종일 집에 묶여 있을 생각을 하니 두통이 왔다.

◆법안 통과 시 내년부터 최소 62만명 갈 곳 잃어
내년 이맘때쯤, 도심에 사는 한 가족이 '주말 감옥'에 갇혀야 지내야 하는 내용을 담은 시나리오다.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아시아경제가 17일 롯데자산개발·신세계프라퍼티와 함께 '서울·경기도권 주요 복합쇼핑몰 현황'을 분석한 결과 7개 몰의 주말 일일 평균 방문객 수는 총 62만2000명에 달했다. 가장 방문객 수가 많은 곳은 잠실 롯데월드몰로 주말 일일 방문객이 17만명이었다. 스타필드 하남(10만명)과 롯데김포공항몰(8만4000명)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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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통과되면 몰 말고도 '백화점'이나 '아웃렛'같이 웬만큼 사람이 모이는 쇼핑센터까지 전부 의무휴업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 같은 수도권 지역은 물론 대구 신세계백화점,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점 등 지방 쇼핑센터까지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론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한 달에 두 번씩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몰 닫는다고 전통시장 가서 떡볶이 안 사먹는다"

소비자들이 복합쇼핑몰에 가는 목적은 쇼핑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9월 '대규모 점포 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경영 실태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엔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몰을 찾는 소비자 중 19.2%가 영화 관람, 19.9%가 문화 시설 이용, 10.1%가 테마파크 등 놀이 시설 이용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가족끼리 몰에 오는 경우는 전체의 60.9%를 차지했다. 몰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2시간36분이었다. 이 중 쇼핑에 쓰는 시간은 55%였다. 보고서는 "이는 몰에서 쇼핑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가를 소비한다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스타필드만 봐도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고객들이 몰린다. 키즈 카페인 '토이킹덤플레이' 고양점의 경우 주말 방문객이 평일 대비 7%가량 많다. 클라이밍, 바이크 레이싱 등을 할 수 있는 스포츠몬스터에도 주말 하루에만 1600명이 입장한다. 롯데월드몰에선 흰고래 벨루가를 상징으로 내세운 '아쿠아리움'과 전망대인 '서울스카이'가 대표 여가 시설이다. 롯데월드몰 관계자는 "아쿠아리움은 '유모차 부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서울스카이는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님 효도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성민(41)씨는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대신 장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집 앞 공원이나 유원지처럼 가족끼리 놀러가는 곳"이라며 "몰을 닫으면 골목길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사먹고 전통시장에서 제기차기를 하며 놀 거란 국회의원들의 발상 자체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미아(35)씨도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그들을 지원해줘서 소비자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정상 아니냐"며 "복합쇼핑몰 문을 닫아 소비자들의 삶까지 '하향평준화'시키는 게 정답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스타필드 코엑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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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몰 안에만 1141개 소상공인 있다

'길 위의 소상공인'을 살리려다 '몰 안의 소상공인'이 쓰러지게 생긴 것도 문제다. 아시아경제가 7개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ㆍ중소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 시 피해 대상은 총 1141개로 집계됐다. 7개 몰 전부 전체 매장 수에서 자영업자ㆍ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비중도 50%가 넘었다. 스타필드 코엑스와 스타필드 하남이 각각 76%와 71%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주말 장사'로 먹고 산다. 한 달 두 번씩, 일요일에 쉬라는 건 영업을 접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한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는 "올해 초에 정부에서 복합쇼핑몰 규제를 한다며 조사한다고 현장 방문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당장 직원을 자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소리쳤지만 공무원들은 '지금 협박하는 거냐'라며 꿈쩍도 안 하더라"라고 전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복합쇼핑몰 규제 논의 과정에서 입점 소상공인들이 제외됐다"며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과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 규제 법안 도입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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