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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민국은 혁신지수 1위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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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에 의한 혁신을 자본주의 본질이자, 발전의 원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성장'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음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국가적 변혁을 지향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올해 초 블룸버그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5년 연속 종합성적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리가 혁신성과를 부러워하는 독일(4위), 일본(6위), 이스라엘(10위), 미국(11위) 등을 모두 뛰어넘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각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과연 블룸버그의 발표 내용에 동의하고, 우리나라의 혁신 수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지는 미지수이다. 결론적으로 블룸버그의 발표 내용은 각 분야의 외형적ㆍ정량적 결과치에 기반한 분석에 치우쳤으며 단언컨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국가라는 결과는 틀린 분석에 가깝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외화내빈의 실상과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민망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최상위를 차지한 몇가지 분야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낯부끄러움이 더해간다.

우선 우리나라는 '특허활동'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여기서 특허활동의 기준은 인구 100만명당 특허 숫자, 국내총생산(GDP) 1000억달러당 특허 숫자, 전 세계 특허 중 해당 국가의 특허 숫자 등이다.

특허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13대 미래성장동력분야의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 3위 수준이나 특허기술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피인용도는 평균 3.9회로 선도국인 미국 17.2회 대비 22.6%에 불과하다. 특허출원 수는 많으나 쓸 만한 특허는 5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전 세계 대학의 순위로 자주 인용되는 '라이덴랭킹 2018'에서 서울대가 논문 편수에서 세계 9위를 차지했으나 우수논문 비율에서는 603위에 그쳤다는 사실과 국제특허에서 거두는 로열티 수입이 특허등록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관련 분야 종사자들은 아마 충분히 이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연구와 기술사업화라는 본연적 목적 추구 이외에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받기 위한 대학 및 출연연들의 특허출원 행태와 대학평가 점수 취득을 위해 교수들에게 떠넘겨지는 논문발표 관행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2위를 차지한 '연구개발(R&D)지출 집중도'는 국가 GDP 대비 민간과 공공부문의 R&D 지출 비중에 의해 평가됐다.

우리나라가 GDP 대비 R&D 비중과 정부 R&D의 성공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전율 20%대, 사업화율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 또한 이제는 익숙하다.
정부는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적 과제를 선정하고 참여자들은 다음 과제 응모를 위해 정부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과제 성공률에 사활을 건다. 모험적 R&D에 대한 도전이 없고 혁신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정부 및 참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안정된 게임이다.

대학진학률 등으로 평가되는 '교육 효율성' 부문의 한국에 대한 높은 평가 또한 소위 속빈 강정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여전히 기존 지식의 습득과 정답 맞히기 시험을 통한 서열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학문 연구보다는 스펙의 도구로서 대학 진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블룸버그도 몰랐을 것이다. 자판질 몇 번에 알 수 있는 지식을 암기하며 5년 후 10년 후에는 없어질 직업을 목표로 12년간 올인해야 하는 학교교육의 문제, 앞서 지적한 보여주기식 성과로 귀결되는 국가 리소스 관리의 허상을 그대로 두고, 과학기술과 산업의 혁신만으로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기반 위에 4차 산업혁명의 승자라 되리라는 희망은 차라리 망상에 가깝다. 혁신지수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허상을 개혁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이것이 혁신성장의 첫걸음이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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