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대낮에 밤의 종족들 사이를 거닐다가 문득 독특한 건축물 앞에 발이 멈춥니다. 별명 '안달루시아의 큰 버섯'. 아랍 정취가 남아 있는 세비야의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 버섯처럼, 와플처럼 생긴 메트로폴 파라솔입니다. 가장 비세비야적인 방법으로 세비야를 홍보하는 랜드마크. 재개발 지구의 유적지를 보호하면서도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창안한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 기본 콘셉트는 스페인 남부 지방의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파라솔입니다.
건축 과정엔 우여곡절도 많았죠. 시 당국은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버려진 광장 개발에 착수합니다. 이때 지하에서 고대 로마 유적들이 발굴되지요. 공사는 중지되고 개발 계획도 멈춥니다. 유적을 살리면서 현대적 기능과 미학을 갖춘 건물을 다시 세우기로 합니다. 건축가는 나무줄기 같은 콘크리트 기둥 6개를 세우고 그 위에 굽이치는 거대한 그늘파도를 꿈꿉니다. 4개는 직사각형 광장을 통과해 땅 속에 박히게 되고, 그중 지름 6m, 두께 40㎝의 콘크리트 코어를 가진 두 기둥만 유적지 공간 내에 뻗어내려 지하 전시공간을 확보합니다.
국제공모로 당선작을 뽑았는데 창조적인 비정형 기하학적 형태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공이 어렵습니다. 공사비도 5000만유로에서 1억유로로 늘어납니다. 건축가, 구조엔지니어, 건축시공기술자, 화재예방 및 목재공학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댑니다. 핀란드산 자작나무 합판 3400개를 얇게 잘라 폴리우레탄으로 코팅한 다음 공중에 굽이치는 물결처럼 배열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판자들의 연결구조는 직물을 닮았죠. 직물은 세비야의 주력 산업이었습니다. 이러한 배열 때문에 와플처럼 보이는 메트로폴 파라솔. 장변 150m, 단변 70m, 높이 26m의 목조 건축물에 구현된 250m 길이의 공중 산책로가 마침내 도심 한복판에 마련됩니다. 착공 8년 만인 2011년입니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장 현대적인 건축이요 세비야의 랜드마크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거대한 비정형 목조 구조물입니다. 주변의 어떤 건물도 추구하지 않는 독창적인 모양새지요. 매우 낯섭니다. 조화를 깨는 부조화. 음악의 불협화음과 같죠. 그런데 낯선 부조화가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부조화의 조화입니다.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지만 다른 것 전체를 새롭게 끌어들이는 매력. 부조화로써 조화 만들기. 그게 시의 경지 아닌가요?
시는 언어로만 짓는 게 아닙니다. 일상의 조화에서 벗어나 부조화를 추구하고 다시 조화의 세계로 돌아오는 정신. 그 속에 시는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메트로폴 파라솔은 한 편의 시입니다. 몸 틀어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파도. 그 한 덩이 잘라 와 파라솔로 드리우는 상상력. 사람을 공중에 띄워 도심 전체를 조망케 하는 파도그늘의 용솟음 건축. 밤의 종족들 껴안아 보듬으며 햇빛과 그늘이 함께 살아갈 철학을 제공하는, 오 저토록 눈부신 그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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