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사실상 ‘남혐·여혐’ 갈등으로 국민청원 30만 명 넘어

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서 벌어진 남녀 쌍방폭행 사건이 경찰 수사를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기도 전에 성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시 시비 현장이 찍힌 영상들까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여론에 따라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가 결론이 난 상황이다.

또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하루 만에 이미 3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사실상 극단적 성 대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오전 4시께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 손님으로 온 여성 일행과 남성 일행 사이에서 시비가 일어났다. 이날 시비는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여성 1명은 남성의 폭행으로 인해 뒤통수가 계단에 부딪혀 “뼈가 드러날 정도”라며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손을 뗐을 뿐인데 혼자 넘어간 것”이며 “우리도 피해를 입었다”며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현재 경찰은 A 씨(21) 등 남성 3명과 B 씨(23) 등 여성 2명을 포함, 모두 5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기사 댓글은 남성과 여성의 잘잘못을 가리는 주장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성들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의견의 근거는 오늘(15일) 일부에서 공개된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은 다른 테이블을 향해 조롱하고 있다. 영상에서 여성들은 “내가 XX cm으로 태어났으면 그냥 XX했다”며 조롱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사건의 발단과 책임은 여성들에게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하지만 여성들의 상황을 전하는 공식 SNS 계정에 따르면 “CCTV 영상 및 가해자 측 핸드폰 촬영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피해자의 동의를 거친 바 없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영상을 내려주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라며 사실상 영상은 가해자 위주로 편집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피해자의 동의 없는 악의적 영상 편집, 피해자 얼굴 공개된 동영상에서 미흡한 블러처리 (피해자 식별 가능)은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해당 언론사는 영상을 내려주십시오.”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0만을 넘어선 상태다. 15일 오후 기준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31만7,767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피해자 두 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주시고, 무자비하게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에게 죄에 맞는 처벌을 부탁드립니다.”며 호소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또 인스타그램에서도 해시태그로 #이수역 폭행사건 #이수역 폭행남, 등이 올라오면서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짧은 머리라 폭행 히잡 벗어서 폭행, 무엇이 다릅니까, 그럼 무엇이 같을까요 모두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입니다”며 사건의 공론화를 촉구했다.

또 다른 해시태그는 #이수역 살인미수남이 올라오면서 “긴머리는 성폭행 짧은머리는 폭행”이라며 해당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범죄라고 규정했다.

또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집회를 통해 이번 사건을 규탄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워마드’ 한 회원은 “이수역 폭행 시위 퍼포먼스 제안”을 받는다며 “남성 마네킹을 준비해 머리 부분을 박살 내자”고 말했다. 현재 이 게시글은 1,000명 이상이 조회하며 댓글을 통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력팀을 투입,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