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민일영 전 대법관을 지난 9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임기 때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을 지난 7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이후 두 번째 전직 대법관 조사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제목의 2015년 2월 행정처 문건에는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원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등의 동향이 기재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관 등 사법농단 관련 인물들이 원 전 국정원장 재판을 두고 상고법원 도입의 거래 수단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상고심은 2015년 4월10일 주심 대법관 지정 이후 5월8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신 연구관은 메모 내용과 같은 취지의 추가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대법관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민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용한 '425 지논', '시큐리티' 이름의 파일 등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파기환송했다. 파기 후 항소심은 지난해 8월 원 전 원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고, 재상고심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검찰은 전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의 절차 및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도록 담당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를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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