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와인·위스키 등도 유리…소주 부담은 커져
주종별 혜택 달라…업계 충분한 논의 거쳐야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최근 주류업계 초미의 관심은 '주세제도 개편'입니다.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이 현행 '종가세' 방식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육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지요. 종가세는 과세 대상의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방식이고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국산맥주, 그중에서도 수제맥주 등은 세금이 대폭 낮아져 소비자 접근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영업비, 제조사 마진까지 합해 나오는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형태보다, 도수와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낮은 세금으로 인해 저렴한 판매가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4캔에 1만원 수입맥주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지요. 수제맥주의 경우 다품종을 소규모로 생산해 원가가 높아 기존 종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종량세를 적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해집니다. 수입맥주 중에서도 아사히와 기네스, 기린, 산토리 등 비교적 원가가 높았던 프리미엄 맥주들의 가격은 좀 더 저렴해질 수 있겠지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워왔던 발포주의 입지는 낮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주종의 경우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평균 알코올 14도, 750㎖의 와인을 생각해볼까요. 와인은 오래 숙성시킨 양질의 원료와 고급스러운 병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원가 자체가 높습니다. 보통 수입가격에 운임·보험료를 더한 가격이 과세표준인데, 여기에 관세 15%, 주세 30%가 더해지고 교육세(주세의 10%)가 부과됩니다. 부가가치세 10%까지 합치면 세금만 약 53%에 달하게 됩니다. 높은 원가에 높은 세금까지, 국내 유통되는 와인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종가세보다 종량세에서 세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요.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반면, 저가 와인은 이보다 세금 혜택을 덜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전통주는 어떨까요. 전통주는 막걸리, 탁주, 증류주 등 주종별로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은 뒤 좋은 병에 담아 출고가가 높았던 전통주의 경우 종량세를 채택할 때 이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업계에서도 영세 업체들이 많은 전통주 산업의 특성상 종가세는 생산 원가를 높이고 수입 주류와의 가격 경쟁력을 갖는 데 역차별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통주 산업을 살리고 품질의 고급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종량세가 이익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소주는 조금 문제가 다릅니다. 16~18도 수준 360㎖ 용량에 1000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서민의 술'인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세금 부담이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때문에 소주 업계와 소비자들은 '모든 주종 종량세 적용'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상황이지요. '맥주 한 잔의 여유'가 아닌 '소주 한 잔의 여유'가 사라지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전 주종에 똑같은 세금제도를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각 주류산업이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통주를 포함해 주종간 형평이 고려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며 "특정 주류에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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