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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향과 함께 사라진 명창들 아쉬워..한국 놀라운 발전"

최종수정 2018.11.14 13:58 기사입력 2018.1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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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류학자 가피아스 1960년대 한국 전통예술 자료기록, 국립국악원 기증
"사라지는 국악 명인 안타까워…기술발달 속 잃고 있는 것 없는지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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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1960년대의 한국은 집집마다 앞마당에 큰 김칫독이 있고 북한산 근처 마을은 여전히 흙길이었으며 어디를 가나 우거짓국 냄새가 진동을 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런 곳이었다."
미국 음악인류학자 로버트 가피아스(86) 전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는 58년 전의 한국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 음악을 전공하던 호기심 많은 미국 청년은 반세기가 지나 백발노인이 돼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가 1960년과 1966년 한국을 방문해 기록한 한국전통공연 예술자료를 국립국악원이 기증받아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가피아스 전 교수는 13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지금은 영상녹화와 음양녹화를 함께하는 게 쉽지만 당시만 해도 따로 녹음해서 합쳐야 했는데 이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에서 16㎜ 필름을 구하지 못해 미국에서 가져온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 인화했고 실제 사진을 받아보는데 몇 달이 걸렸다. 이처럼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처음 만난 한국 전통음악의 인상은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고 그는 기억한다.

"일본 아악(雅樂)과 한국 아악이 밀접하게 관련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 상영산(上靈山)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매우 느리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우주적인 느낌의 곡을 연주한 것 같았다."
가피아스 전 교수가 기증한 자료는 음향 185점, 영상 55편, 사진 788 점이다. 판소리 김소희(1917∼1995) 명창과 가야금 황병기(1936∼2018) 명인의 젊은 시절 모습에서부터 춘앵전, 살풀이, 처용무, 종묘제례악 등 소중한 우리 전통예술들이 빼곡하게 기록되었다. 궁중음악, 민속악, 범패, 농악 등 기록 범위도 매우 넓다. 영상자료가 많지 않은 1960년대를 기억할 중요한 자산이다.

그는 자신을 한국음악 전문가가 아닌 '한국 음악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국어를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하는 노 교수의 미소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전통예술 기록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를 당시에도 갖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많은 국악 예술가들은 작고해서 계시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한국의 깨끗한 거리와 자동차 수에 놀랐다. 그러나 마당 있는 집이 줄고 더 이상 북한산 근처의 우거지향을 맡을 수 없게 된 것 역시 아쉽다."

그는 빠른 기술발달 속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960년대만 해도 즉흥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명인이 많았지만 즉흥연주를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곳에서 음악이 정형화되고 형식화되고 있으며 음악 교육에서도 일대일 방식보다는 단체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은 비교적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지만 다음세대에 이를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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