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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정책 역주행④]규제천국 美, 대형마트 정부가 지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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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바자선 유기농제품도 절반 가격,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주요 고객
저렴한 제품·사회환원으로 주민에 환영식료품 저렴히 팔아 정부 지원금 받기도
규제 없어 기업 성장·고용 등 선순환…전세계 유통기업 톱10중 美기업이 7개
[유통정책 역주행④]규제천국 美, 대형마트 정부가 지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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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미국)=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우리 마트는 24시간 영업하고 하루도 안 쉽니다. 우리가 문을 닫으면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음식을 못 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식재료와 가공품들을 팔기 때문이죠."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대형마트 '푸드바자'의 브라이언 오 지점장 얘기다. 유통기업 보고파서비스의 대형마트인 푸드바자는 지역사회에서 역할이 크다보니 뉴욕주정부의 지원까지 받기도 했다.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에서도 제재는커녕 오히려 환영을 받으며 내년에 대규모 매장을 낼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각종 규제로 출점이 불투명해진 한국의 대형 유통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미국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유통기업 보고파서비스의 대형마트 '푸드바자' 전경(사진=박미주 기자)

미국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유통기업 보고파서비스의 대형마트 '푸드바자' 전경(사진=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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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다양한 식재료로 지역사회ㆍ시민들에 '환영'= 한국의 웬만한 도로 휴게소를 방불케 하는 주차장과 건물을 보유한 푸드바자 롱아일랜드시티점 마트에는 라면 등 한국 제품들을 포함해 없는 게 없었다. 7만6000제곱피트(약 2136평) 규모에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위한 식재료부터 이탈리아 등 미국 일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해외 각국의 식재료들을 널찍한 매장에 구성해 놨다. 미국에 여러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것을 감안해 고국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각종 식료품을 조달할 수 있게 공략한 것. 한국, 이탈리아 등 현지에서 파는 것의 70~80%가량은 모두 구비해놨다.

가격도 뉴욕 시내 중심지에 있는 웬만한 마트보다 저렴하다. 오 지점장은 "뉴욕 시내에 있는 아마존의 유기농 대형마트 '홀푸즈'나 또 다른 마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들을 절반 이상 싼 가격에 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가 뉴욕에 정착해 보고파를 설립하고 현재의 푸드바자를 만든 창업주 고 안휘일 대표의 소외된 지역에 신선한 식료품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창업정신을 따른 것. 이렇다보니 전체 미국 인구의 20%가량 되는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푸드바자를 주로 찾는다. 이곳 손님들의 60~70%는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 중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이들도 많은데 이들이 세계 각국의 식료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푸드바자로부터 편익을 취하는 셈이다.
푸드바자 롱아일랜드시티점 내부 모습. 국가별 식재료들의 위치가 안내 되고 있다.

푸드바자 롱아일랜드시티점 내부 모습. 국가별 식재료들의 위치가 안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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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기부 등으로 환원도 많이 하면서 푸드바자는 2011년 뉴욕시 경제개발국으로부터 45만달러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소득수준이 낮거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소형 슈퍼밖에 없는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건강식품 활성화 프로그램 '프레시' 지원 대상에 선정돼서다.

푸드바자가 들어서고 인근 다른 마트들이 없어지기도 했다. 오 지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싸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면서 손님들이 궁금한 부분은 해결할 수 있게 직원들을 고용해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며 "인근에 폐점한 마트는 회사 경영도 부실했고 경쟁에 밀린 것으로 우리 때문이라기보다 부실 수순으로 가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통 규제 관련 부분은 와 닿지 않는다"며 "대형기업이 독식하는 게 아니라 작은 곳에서 제공하지 못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12월 문을 롱아일랜드시티점은 처음 3년 연평균 25%씩 성장했고 올해도 12% 매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1988년 1호점으로 시작한 푸드바자는 지난 8월 기준 뉴욕, 커네티컷 등에 24개 지점, 3000여명의 직원을 둔 대형 슈퍼마켓 체인으로 성장했다.
일요일 뉴욕 내 대형마트 '트레이더조' 내부 모습.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일요일 뉴욕 내 대형마트 '트레이더조' 내부 모습.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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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천국 美, 유통기업 성장ㆍ고용 증가ㆍ소비자이익 증가 이뤄= 이처럼 기본적으로 대규모점포에 대한 진입과 영업규제가 없는 미국의 유통기업들은 네거티브 규제 속에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으로 연간 매출이 500조원가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로 꼽히는 월마트, 각종 혁신을 이루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확장해가는 아마존 등이다. 이들은 4차산업 관련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으며 유통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실제 딜로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유통업 강자 2018'에 따르면 2016년 매출액 기준 전세계 톱 10 유통업체 중 7개 기업이 미국 기업이다. 톱 3인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와 더불어 월그린, 아마존, 홈디포, CVS 등이다. 글로벌 톱 10 유통사 중 미국 기업의 매출 비중은 2008년 대비 1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유통기업들은 롯데쇼핑(40위)과 이마트(84위)만 100위권 안에 들었다.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대형마트 '홀푸즈' 매장. 식료품뿐 아니라 꽃, 화장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한다.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대형마트 '홀푸즈' 매장. 식료품뿐 아니라 꽃, 화장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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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체 유통 시장도 꾸준히 성장세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블랙마켓과 면세를 제외한 미국의 식료품 유통 시장 규모는 2012년 9769억7190만달러에서 지난해 1조1162억3290만달러로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시장은 2768억2240만달러에서 3132억8990만달러로 13.2% 늘었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슈퍼마켓 시장 또한 333억3370만달러에서 372억4780만달러로 11.7%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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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기업으로 인한 고용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학자 에멕 배스커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월마트의 신규 진입이 100명의 고용을 증가시켰고 이후 5년간 유통업체들의 퇴출로 50명이 실직했고 월마트 수직 결합 과정에서 20명의 추가 실업이 발생했다. 30명의 고용이 증가한 것. 주하연ㆍ최윤정 교수는 2015년 논문에서 인용문을 통해 "월마트가 지역시장 내 고용 증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도태된 일부 중소형점포들을 시장으로부터 퇴출시켰지만 생존에 성공한 소매업체들이 혁신적 기술을 도입해 유통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시켰다"고 분석했다. 또 "기존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시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됐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유통 규제를 안 하는 나라라 다양한 소매업태가 나왔다"며 "월마트 출점에 대한 지역경제 효과는 긍정적인 게 더 많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복합쇼핑몰 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대형매장이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 등에 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교통 등의 비용만 더 증가하게 된다"고 짚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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