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폭락했다.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반등에 실패한 가운데 달러화 강세와 애플 주가 급락, 무역전쟁 우려가 더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인덱스 16개월만 최고…"FANG은 끝났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가 기름을 부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7.57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의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 기조가 맞물리면서 달러화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그래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가 뛰면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꺾일 수밖에 없다. 중간선거 이후 달러화 모멘텀이 꺾일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은 강달러가 재개되자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 유가 하락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COO 피터 부크바르는 "F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 거래는 끝났고, 시장이 대체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이 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이 상무부가 작성한 수입산 자동차가 미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일 백악관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수입차 관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하락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날 증시 개장 후 트위터에서 "민주당에 의한 '대통령 괴롭히기'(Presidential Harassment)에 대한 전망이 주식시장에 큰 두통거리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11ㆍ6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이 청문회 및 의회 조사 카드를 대대적으로 꺼내들 태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동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다수당의 우위를 활용, '소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견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식시장의 급격한 하락세에 대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민주당의 조사 망령'(the specter of Democratic investigations) 탓을 했다"며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주식시장 하락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과는 별로 상관없고 몇 년간의 상승기 뒤에 찾아온 조정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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