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결국 쓸쓸한 퇴진을 남겨두게 됐다. 청계천 판자집 소년가장이라는 '대표 흙수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라는 입지전적을 쌓았지만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질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김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것 자체부터가 화제였다. 당시에 현직을 떠난 상태이긴 했지만 보수 정권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인사를 진보 색채의 정권에서 부총리로 중용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와대가 인사 발표 당시 내세웠던 검증된 통찰력과 조정능력은 발휘되기 어려웠고 위기관리 능력, 추진력은 덩달아 사라졌다. 그의 장점은 1년 새 어디로 간 것일까.
경제팀 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즐비했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회의에서 부총리가 내놓은 고용참사 해법은 무시됐고, 대표적인 기업규제로 꼽히는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사업도 해당 부처 장관의 반대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공유경제도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정치적 입지가 좁은 김 부총리의 발언이 먹힐 리 만무했다. 당사자들은 설(說)이라고 하지만 기재부뿐 아니라 모두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불화까지 겹쳤다. 정부, 청와대 모두로부터 공격, 적어도 경계의 대상이 됐다. 경제수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해졌다.
진짜 바뀌어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니라 정책 기조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도 변한다. 사람만 바꾸는 식이라면 결과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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