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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발 지쳐 노인 살해하던 日→'치매노인 천국' 비결은

최종수정 2018.11.07 08:45 기사입력 2018.11.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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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있는 노년을 위해] <3>노인과 공존을 선택한 나라 : 일본

'개호보험' 계기로 달라진 일본
"치매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역ㆍ시설ㆍ병원ㆍ주민 일체돼 치매 대응

수발 지쳐 노인 살해하던 日→'치매노인 천국' 비결은

[특별취재팀] 이미 1994년 고령사회를 지나 현재 고령화율 28%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접어든 일본. 최근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고령화 문제를 20여년 앞서 경험한 일본의 현재 과제는 노인 인권이다. 급증하는 치매 노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일본은 그들을 가두거나 격리하는 대신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 도쿄 도심에서 지하철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기타구. 도쿄 23개구 중 가장 높은 고령화율을 보이는 이곳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타카하시 미유키(高橋三行)씨는 복지 업계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는 5년간 지적장애인을 돌보는 복지시설에 몸 담은 뒤 20년 넘게 노인시설에서 간호사 업무와 생활상담사를 병행했다. 이후 사회복지법인 청양회의 이사직과 시설장을 겸임하며 행정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항상 고민하는 주제는 바로 '노인의 인간다운 삶'이다.

사회복지법인 청양회의 타카하시 미유키(高橋三行) 이사. 그의 목엔 치매(인지증) 서포터를 의미하는 주황색 고리가 걸려있다.

사회복지법인 청양회의 타카하시 미유키(高橋三行) 이사. 그의 목엔 치매(인지증) 서포터를 의미하는 주황색 고리가 걸려있다.


타카하시씨는 "일본의 개호보험법은 노인이 치매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며 "우리 일은 그 법을 준수하고 상황에 맞게끔 대응해 노인을 위해 일하는 역할"이라고 본인의 업무를 소개했다. 일본은 노인 수발을 개호(介護)라고 부른다.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선 노인 수발에 지친 가족이 노인을 살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2000년 4월부터 '개호의 사회화'를 목표로 의료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이어 다섯 번째 사회보험인 개호보험을 시행했다. 2008년 7월부터 시행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 제도를 본 뜬 것이다.

일본에 개호보험이 적용되기까진 많은 우여 곡절이 있었다. 타카하시씨는 "1950년대엔 노인 부양을 버티지 못한 가족들이 노인을 산속에 버리거나 시설 앞에 두고 오는 일이 많았다"며 "1963년 노인복지법이 생기고 나서 양로원이 '노인홈'이란 이름으로 바뀌며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복지법으로 노인학대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00년 이후엔 치매 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높아진 관심만큼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교육 역시 체계적으로 변했다.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연 2회 의무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연수가 끝나면 매년 11월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 또 연수자들은 시설에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무기명으로 학대행위 체크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직원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노인학대로 이어진 행동들을 점검하고 교정한다. 연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되거나 시설 지원금이 삭감된다.

타카하시씨가 지난 연수 때 사용한 교제엔 2014년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병원 화재 사고가 예시로 사용됐다. 당시 병원은 노인들의 손발을 침대에 묶어 고정해 놓고, 비상구를 자물쇠로 잠가 놓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전국의 요양시설들은 '지역포괄케어' 제도에 따라 매달 1회 '치매 카페'를 열어야 한다. 사진은 치매 카페를 소개하는 입간판.

전국의 요양시설들은 '지역포괄케어' 제도에 따라 매달 1회 '치매 카페'를 열어야 한다. 사진은 치매 카페를 소개하는 입간판.


이 시설은 장ㆍ단기 노인 요양은 물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인을 돌봐주는 '데이케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달 한 차례씩 시설 1층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카페'를 운영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도와 치매 노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100엔을 내면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고, 전문 상담사로부터 노인 문제와 관련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주황색 고리를 착용하고 있는 '치매 서포터'로부터 치매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황색 고리는 치매 서포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국민 누구나 국가에서 주최하는 2시간 내외의 치매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다. 타카하시씨는 "현재 지역포괄적케어로 지역과 시설, 병원, 주민들이 일체가 돼 치매에 대응해 가고 있다"며 "치매는 나이 들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병임을 인지하고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일환이 치매카페"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체계적으로 고령화, 치매 문제에 대응해 가고 있다.

특별취재팀 도쿄(일본)=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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