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덕이 쓴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
저자는 토르가 아니라 로키를 '북유럽 신화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평가한다. 선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로키는 고요한 신들의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트릭스터(협잡꾼)'다. 로키가 없었다면 북유럽 신화의 그 많은 전쟁사를 비롯한 이야기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유럽 신화 곳곳에선 로키에게 뒤통수를 그렇게나 맞았던 신들이 은근한 기대를 갖고 로키의 사기극이 벌어지는 현장에 나타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북유럽신화가 8세기 바이킹들의 지침서였다고 한다. 신화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할 때 등장하는데, 거친 땅에 태어나 약탈을 업으로 삼아야 했던 바이킹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이야기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근면함을 미덕으로 삼는 그리스 신화는 약탈과 전쟁이 일상인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바이킹들은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어주라는 예수의 가르침에도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다. 대신 적을 죽인 용맹함으로 갈 수 있는 전사들의 사후세계 발할라에서 죄책감을 덜었다.
그리스 신화가 주어진 대로 근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북유럽의 세계는 주어진 운명을 수용하기보다 모험에 나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의 용맹함, 눈을 내어주고 마법을 얻은 오딘과 같이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다. 저자는 시대가 변화해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시점에 사람들이 신화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바이킹의 시대와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ㆍ게임에 열광하는 현재는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supermoon@
이경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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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큰일 날 수도…기업 다 떠난다'…현대차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