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볼턴 회동 살풍경한 분위기에서 진행
미-러 다음달 정상회담 갖기로…협상 여지 남아
볼턴, INF 양자협약 한계…中 포함해야
푸틴, 美대통령 인장 거론하며 '화살만 남았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90분간 회동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2013년부터 INF 조약을 위반해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INF는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활동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INF 가입국이 아닌 중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이 더 이상 양자 이슈가 아닌 전략적 현실이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미국의 압박에 당혹스러운 푸틴 대통령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그는 볼턴 보좌관에게 "미국 측이 접촉에 관심이 있다면 조만간 파리에서 열릴 국제 행사장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파리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내달 11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회적으로라도 조약 위반을 시인한 뒤 이를 바로잡고, 중국이 이 조약에 가입하면 INF 조약 유지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미국이 아직 INF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회견은 블랙유머가 오가는 등 살풍경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미 대통령 인장을 들어, INF 탈퇴 결정을 희화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가 아는 한 미 대통령 인장은 한 마리의 독수리가 13개의 화살과 13개의 올리브가 달린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서 질문이 있다. 당신의 독수리는 올리브는 이미 다 먹고, 이제 화살만 남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실제 미 대통령 인장은 날개를 활짝 핀 독수리가 오른쪽에는 화살, 왼쪽에는 올리브 가지를 움켜쥐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볼턴 보좌관은 "다행히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다"면서 "나는 (모스크바에 올 때) 더 이상 올리브를 챙겨오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그 답이 내가 생각했던 답"이라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농담을 통해 미국의 비타협성을 지적했고, 볼턴은 INF 등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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