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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정치'와 마주선 선동열…그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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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프로야구 평정한 자존심 강한 야구의 전설
공개 사과한 용기에도 국대 전임감독 논란은 계속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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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적어도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선동열'은 수식어다. 천재 투수 혹은 기대주를 칭한다는 점에서. '제2의 선동열'이라는 별칭은 그래서 영광이자 짐이다. 투수로서 '제2의 선동열'이 '선동열'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제2의 선동열'은 많았지만 '선동열'은 여전히 선동열 한 명이다.

'국보(國寶)'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 등 국내와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그의 업적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감독이라는 직책으로도 프로 첫 사령탑을 맡아 두 차례 우승(2005~2006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일구며 승승장구했다.
◆선수 시절 몇차례 시련…오뚝이처럼 일어서= 실패가 낯선 그의 야구인생에도 그늘은 있었다. 우리 프로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본(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한 1996년이다. 큰 기대 속에 대한해협을 건넜지만 38경기에 나가 5승1패3세이브에 평균자책 5.50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가고 팀 동료들이 외면하는 시련도 겪었다. 해태 타이거즈 선수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11시즌(1985~1995년)을 뛰며 통산 평균자책 1.20점, 리그 최우수선수(MVP) 3회, 다승왕 4회, 골든글러브 6회 등을 기록하고 우승만 6차례 달성한 그에게는 '굴욕'이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몸무게가 13㎏이나 빠지고, 원형탈모까지 나타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왜 야구를 하는지 처음으로 회의가 들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가 찾은 돌파구는 훈련이었다. 비시즌 동안 하루 3000개씩 공을 던지며 투구폼까지 교정하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결국 이듬해 1승1패38세이브 평균자책 1.28점으로 부활하면서 주니치의 굳건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했고, 일본 무대 통산 10승4패98세이브 평균자책 2.70점을 남긴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두 번째 큰 시련은 2014년에 찾아왔다. 고향 팀 KIA(전신 해태)의 사령탑으로 일할 때였다. 2012년 부임한 KIA에서 5위와 8위(2회)로 팀 성적이 부진했으나 구단이 그해 10월 2년 재계약을 보장해 다시 기회를 얻은 뒤였다. 당시 팀의 주축 선수였던 안치홍이 시즌을 마치고 경찰야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선 감독이 입대를 유예하자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안치홍에게 임의탈퇴를 언급하는 등 압박한 의혹이 있다는 소식이 지역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문제로 연고지와 야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성적이 부진한 감독과 재계약했다는 불만들도 겹쳤다. 이 문제에서 선 감독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재계약이 발표된 지 6일 만에 사퇴한 것이다.
◆국회에서 난타…거듭된 사과에도 돌파구 찾기 어려워= 이후로 프로야구계를 떠난 선 감독은 다시 일생의 시련과 맞닥뜨렸다. 지난해 7월 야구대표팀의 첫 전임 감독에 오른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미필 선수를 청탁이나 외압 혹은 '후배 돕기' 명목으로 선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문제로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가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은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다른 종목까지 영향을 미쳤다.

선 감독은 스포츠 지도자로는 처음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 "소신껏 선수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경기장에서 유니폼 입고 운동만 해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 정서를 잘 몰랐다"며 "앞으로는 선수 선발을 비롯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그의 지인들은 안타까워했다.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선 감독이 공개 석상에서 사과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금 선 감독이 마주한 시련은 성적과 병역이라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그만큼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23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KBO)도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팀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사실상 등을 돌렸다. 선 감독은 '훈련'과 '사퇴'에 이어 '사과'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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