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프로야구 평정한 자존심 강한 야구의 전설
공개 사과한 용기에도 국대 전임감독 논란은 계속
'국보(國寶)'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 등 국내와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그의 업적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감독이라는 직책으로도 프로 첫 사령탑을 맡아 두 차례 우승(2005~2006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일구며 승승장구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가 찾은 돌파구는 훈련이었다. 비시즌 동안 하루 3000개씩 공을 던지며 투구폼까지 교정하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결국 이듬해 1승1패38세이브 평균자책 1.28점으로 부활하면서 주니치의 굳건한 마무리로 자리매김했고, 일본 무대 통산 10승4패98세이브 평균자책 2.70점을 남긴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두 번째 큰 시련은 2014년에 찾아왔다. 고향 팀 KIA(전신 해태)의 사령탑으로 일할 때였다. 2012년 부임한 KIA에서 5위와 8위(2회)로 팀 성적이 부진했으나 구단이 그해 10월 2년 재계약을 보장해 다시 기회를 얻은 뒤였다. 당시 팀의 주축 선수였던 안치홍이 시즌을 마치고 경찰야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선 감독이 입대를 유예하자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안치홍에게 임의탈퇴를 언급하는 등 압박한 의혹이 있다는 소식이 지역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문제로 연고지와 야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성적이 부진한 감독과 재계약했다는 불만들도 겹쳤다. 이 문제에서 선 감독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재계약이 발표된 지 6일 만에 사퇴한 것이다.
선 감독은 스포츠 지도자로는 처음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 "소신껏 선수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경기장에서 유니폼 입고 운동만 해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 정서를 잘 몰랐다"며 "앞으로는 선수 선발을 비롯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그의 지인들은 안타까워했다.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선 감독이 공개 석상에서 사과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금 선 감독이 마주한 시련은 성적과 병역이라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그만큼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23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KBO)도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팀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사실상 등을 돌렸다. 선 감독은 '훈련'과 '사퇴'에 이어 '사과'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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