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블라인드 채용은 자소서 비중이 크다길래 대필을 알아봤어요. 20만원이면 괜찮은 가격대라 대필로 냈더니 합격했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너는 양심도 없냐, 그러고 살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떳떳한 건 아니지만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 해요. 취준생 입장에서는 대필이 별로인가요? 본인도 대필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채용시장에서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은 상당히 보편화됐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 기조는 더욱 확대됐고, 학교, 학점, 각종 자격증에 대한 평가보다는 자기소개서 등의 평가항목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막막함을 호소하는 취준생들도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준생 11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8.5%가 취업준비에 막막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중 23.8%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막막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대필’이 성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자소서 대필’ 검색만으로도 각종 자소서 컨설팅 업체들의 홍보와 추천 글들이 쏟아졌다. 이미 유명해진 업체도 생겼다. 비용도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단위까지 치솟는다. 대필 범위도 기본 첨삭 수준에서 전문 작성까지 다양하다.
‘대필’을 바라보는 취준생들의 시각도 다양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200여 명의 취준생을 대상으로 ‘자소서 대필’에 대해 설문한 결과 10명 중 4명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능력이 안 된다면 적극적으로 대필해도 좋다’고 답한 경우도 15.8%에 달했다.
20대 취준생 ㄱ씨는 “요즘 다들 ‘자소설’ 쓰는 추세에 대필이니 첨삭이니 워낙 많이 받아 글 쓰는데 소질이 없는 취준생들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입시 컨설팅처럼 자기 돈 주고 코칭 받는 것이라 생각하면 나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부 대신 써줄 경우에는 자신의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면접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만약 대필 자소서로 면접까지 잘 봤다면 그건 그 사람 능력”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첨삭이 아닌 대필의 경우에는 합법적인 범위에서 벗어나고, 합격취소가 될 만한 사유라는 것이다. 취준생 ㄴ씨는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남이 써 준 자소서를 가지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냐”며 “엄연한 불법이고,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이는 편법이다”고 말했다.
매 채용시즌마다 반복되는 자소서 대필 논란에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SK그룹은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자소서들의 유사도를 분석하고 있다. 첨삭이나 대필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유사한 문장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또 구인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기업은 글쓰기 능력을 보는 것이 나리나 지원자가 얼마나 회사에 부합하는 인재인지, 해당 직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것이다”며 “결국 자소서의 내용이 중요한 셈”이라고 조언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