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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결국 승인 거부…이탈리아 '예산안 강행', 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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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열린 EU집행위 주간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열린 EU집행위 주간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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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럽연합(EU)이 재정 적자를 대폭 확대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결국 거부했다. EU가 회원국의 예산안 승인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반면 이탈리아는 현 지출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간 마찰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고, 3주 안으로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승인을 거부하는 것 외에)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탈리아에 즉각적인 협상을 촉구하며 "더 이상 마찰이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명확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렸지만 (대화의)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EU "과도한 재정적자, 규칙 위배" 비판=이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EU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인 이탈리아 정부가 가뜩이나 빚더미 상태에서 감세 등 공약이행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탈리아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전임 정권의 기존 목표치(0.8%)는 물론, 시장에서 평가한 마지노선(2%)을 상회한다.

당초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뿐 아니라, 향후 3년간 재정적자 비율을 2.4%로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금융시장에 즉각 파장이 커지자, 2020년 이후 재정적자 비율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수정한 내용의 예산안을 확정해 제출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 상 재정적자 규모는 수정되지 않아 EU가 예산안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EU집행위는 지난 18일에도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이 전례 없이 EU규정을 위반해왔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측에 보냈다. EU는 특정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설정중이지만,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31%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서 유로존을 뒤흔든 그리스처럼 이탈리아발 재정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U의 예산안 승인 거부에 따라 이탈리아는 3주 내 새 예산안을 제출해야만 한다. 이 기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는 규정에 따라 이탈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맞서는 이탈리아, '선거 노림수' 평가도=하지만 이탈리아측은 예산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시사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EU의 거부는 아무것도 바꿔놓을 수 없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EU는 정부가 아닌, 이탈리아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번 결정으로 더 화가 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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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빈곤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연금수령 연령을 낮추는 등 앞서 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다수 반영했다. 단일세율 도입을 위한 감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비 등을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국가부채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게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논리다. 이에 대해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재정적자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이탈리아의 시도는 설득력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반(反)EU 기조를 앞세워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노린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에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에도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는 배경에 유럽의회 선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의회는 EU의 예산을 확정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내년 선거에서 반이민 등을 내세운 극우파가 의석을 상당히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탈리아 대표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인 살비니 부총리가 EU에 맞서는 이미지를 구축해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의회 장악력까지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현 정권은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유로존 탈퇴와 관련해서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치솟는 국채금리…금융시장 불안요인=이날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소폭 상승한 3.59%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부채와 유로존의 정치적 위험을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318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5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운 지난 주보다는 소폭 좁혀졌지만, 연초(150~160bp) 대비로는 차이가 확연하다. EU와의 충돌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 매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FT는 "이탈리아가 전례 없는 책망으로 이탈리아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며 "위원회의 거부를 계기로 이탈리아 벤치마크 차입비용은 상승했다. 단일통화지역을 둘러싼 새로운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무디스는 이탈리아 예산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에 해당하는 Baa3단계로 낮추기도 했다. EU와 이탈리아의 갈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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