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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PC방 사건’ 청원 100만 넘어…역대 청원 뭐 있나 ‘마녀사냥’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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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라온 이 청원은, 청원 일주일만인 23일 오후 7시19분 기준 100만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라온 이 청원은, 청원 일주일만인 23일 오후 7시19분 기준 100만을 넘어섰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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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서구 PC방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 씨가 우울증 병력이 있는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한다며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이 23일 오후 7시19분 기준 100만 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청원은 지난 17일 올라와 일주일 만에 100만 이상 동의를 받은 것으로, 오늘(23일)을 기준으로 청원 마감까지는 25일이 남은 상태였다.

청원인 A 씨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면서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나쁜 마음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으니까요”라면서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될까요, 세상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강서구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29)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성수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강서구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29)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성수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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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감형은 우리 법(형법 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심신장애로 인하여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두 살배기 아기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19세 발달장애인 A 군은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군이 인지와 정신 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으로 발달 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판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애완견의 악귀가 씌었다”며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머니 B 씨 도 ‘심신상실’을 이유로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살해 행위가 인정되지만, 어머니 김 씨는 환각, 피해망상,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해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B 씨와 함께 살해에 가담한 피해자의 친오빠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심신미약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법률 규정에는 위험의 발생을 예상하고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의 행위에는 이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예컨대 음주운전을 할 의사를 가지고 음주 만취한 후 운전을 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등을 할 수 없다.

한편 김 씨는 22일 오전 11시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 반포면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됐다. 이날 김 씨는 이송에 앞서 만난 취재진에게 “(피해자 가족에 대해) “제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또 우울증 병력 진단서 제출은 김 씨가 한 것이 아니라 김 씨 아버지가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4일 오전 7시38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모(21)씨와 서비스 문제로 말 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신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김 씨가 우울증 병력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100만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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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다 청원은 난민, 조두순 등…순기능 vs 역기능 논란도

해당 청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은 지난6월13일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 청원으로 한 달간 71만4875명이 참여했다.

이어 ‘여아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 반대’ 청원 61만5354명,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 61만4127명’,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 요청 41만9006명’,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36만905명’, ‘성적 학대 아동 구제 및 가해자 처벌 33만4173명’ 순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철학을 지향·반영하고자 도입한 청와대가 활용하는 직접 소통의 수단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8월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해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신설했다.

23일 기준 31만8,643건의 청원이 올라왔고 지금까지 53개의 청원이 청와대 답변을 받았다.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10일 넘게 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지난 5일 윤 씨 부모가 뇌사상태인 아들의 손을 잡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10일 넘게 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지난 5일 윤 씨 부모가 뇌사상태인 아들의 손을 잡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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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청원은 11월1일 마감으로 이날 기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동의를 넘어서 389,384명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이 25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면서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즉각 음주운전 처벌 강화 관련 법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22) 군의 이름을 따 이른바 ‘윤창호법’(가칭)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오는 11월에 열리는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원 100명과 윤창호 법을 공동발의하겠다”면서“윤창호법만큼은 국회가 합심해 정기국회 기간에 통과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의 청원으로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자신의 실제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으며 익명성에 숨어 근거 없는 비방을 하는 일종의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거나, 욕설,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게시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 철학이 아닌 ‘마녀사냥’.‘인민재판’ 게시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지난 5월 청와대 SNS 프로그램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제기된 각종 우려에 대해 답변을 내놓은 바도 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놀이터’, ‘해우소’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난스럽고 비현실적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이라는 공론장을 함께 지키고 키워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명동 거리.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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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청원 참여 이유, 사회 개선에 도움 되고 싶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8.5%가 조사 이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명 중 1명(49.3%)은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직접 청원글을 작성하거나, 다른 청원글의 지지에 참여해본 경험도 있다는 응답이 4.8%, 청원글만 작성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1%였으며, 직접 글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청원 글에 대한 지지 참여를 해봤다는 응답자가 42.4%로 나타났다.

청원에 참여하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사회이슈의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응답이 48.5%(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32.7%)과 누군가의 진심 어린 청원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32.5%)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고,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기에(30.2%), 사회이슈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29.8%)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국민청원 참여자의 76.5%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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