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IoT의 핵심 허브…편하고 싸고 연결 용이
남은 것은 '얼마나 빨리 많이 내 편 만드느냐'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아마존과 구글 등 플랫폼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부터 의미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IoT 플랫폼 확산에 성공한 이들은 5G 시대를 앞두고 '초연결'이라는 다음 과제를 수행 중이다. 두 IT 공룡이 미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의 내로라하는 가전ㆍ자동차 업체와 손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AI 스피커 10대 중 8대는 아마존과 구글의 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5대가 아마존, 3대가 구글의 몫이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 일찌감치 '에코'를 출시하고 AI스피커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 점유율이 82.3%에 달했다.
아마존과 구글이 AI 스피커 확산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AI 스피커가 IoT 플랫폼의 허브로 작용한다는 판단이 있다. AI 스피커는 그 자체로 음악재생ㆍ알람과 같은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지만 외부와 연결될 때 잠재력이 극대화된다. 사용자는 '알렉사, 고데기를 켜놓고 나온 거 같아. 확인 좀 해줘' 또는 '헤이 구글, 학교에 가게 우버 좀 불러줘'와 같이 음성만으로 사물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반의반값도 안 되기에 소비자가 IoT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점이다. 안드로이드와 iOS가 지배하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보듯 플랫폼 전쟁 승리를 위한 절대 법칙은 '누가 먼저 점령하냐'이다. 이민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oT 기기는 사용 전 재화의 품질을 알기 어려운 경험재"라며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이 이용하는 사물을 동일 생태계의 사물로 확장해가는 것이 편리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카날리스 역시 "아마존과 구글 모두 생태계 록인(lock-in) 효과의 힘을 알기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며 AI 스피커 확산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승패의 관건은 '얼마나 더 빨리 더 많이 내편을 만드느냐'인 셈이다. 아마존은 스마트 플러그, 전자레인지 등 자체 하드웨어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2월 초인종 회사 '링'을 인수한 뒤 가정용 보안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구글은 IoT 플랫폼 '안드로이드씽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가져다쓰듯 어떤 제조사도 IoT플랫폼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짐 툴리 부사장은 "언젠가 냉장고를 공짜로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시간ㆍ횟수, 구매 이력과 같은 정보 자체가 냉장고를 판매보다 최대 5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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