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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보다 더 춥다”…車부품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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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車부품공장 경매에 속속 등장
중견 부품업체도 잇단 법정관리
상장 부품사 영업이익률 1% 하회
정부에 긴급자금 3조 지원 요청

“금융위기보다 더 춥다”…車부품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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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품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법원 경매에 차부품사 공장이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나마 대형업체들인 상장 부품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마저 1% 미만으로 고꾸라졌다. 업계는 IMF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3조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2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 중부엔티엔의 평택공장 건물과 부지에 대한 입찰 경매가 다음달 5일 진행될 예정이다. 중부엔티엔은 강철부품의 열처리를 담당하는 전문업체로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사였다. 한때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으로 손꼽힐 정도의 강소기업이었지만, 지난해 가을 파산선고를 받고 관련 특허와 부동산을 모두 법원 경매로 넘겨주게 됐다.

이같은 차부품업체의 공장경매는 인천, 평택, 광주,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영세업체들의 비중이 높은데다 업황 침체도 지속되면서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인수자도 없는 상황. 지난 6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업계에서는 충격이었다.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굵직한 부품업체들이 연이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군산공장 폐쇄로 철수설이 돌고 있는 한국GM 협력사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봉합 수순을 밟고 있던 GM은 최근 R&D 법인분리를 강행하며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노조 및 협력사들의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GM 협력사 관계자는 “GM에만 납품하는 비중이 70% 이상 되다보니, 업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회사의 생존 문제까지도 거론되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품사 관계자도 “은행권에서도 기존 대출만기를 지키라고 옥죄고 있다보니 신규 부품 투자를 위한 신설비 대출은 꿈도 못 꾼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가중되고 노사문제도 쉽지 않아 앞뒤가 꽉꽉 막힌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금조달 문제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영업이익률 하락도 부품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89개 상장 자동차부품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쳤다. 지난 2013년만해도 6%대이던 상장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4.9%, 2017년 2.1%로 급락했다.

이는 같은기간 국내 완성차 업체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2013년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9.5%를 기록하며 두자릿수를 넘보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3%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이 떨어지면 부품업체의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보다 부품사 영업이익률이 높아질 순 없다는 업계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며 “여기에 2, 3차 협력사들도 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납기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이 때문에 수주 물량이 줄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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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부품사들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 기술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0년 초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시대 같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호황은 다시 보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도 쏟아진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사들이 특정 대기업에 전속된 형태의 수동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2·3차 부품사들도 기술 개발과 적극적 해외 마케팅을 통해 현지 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각도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정부에 3조원 가량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IMF위기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업계의 공멸이 우려될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자원통상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이르면 다음달 ‘자동차부품사 지원 합동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산자부는 전국 8개 지역을 순회하며 부품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자금수요 조사도 실시했다.

최남호 산자부 시스템산업 정책관은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조선업 협력사들과는 달리 자동차 부품사는 전국에 흩어져있어 위기지역 지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품조합과 완성차 업계까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공동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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