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새 삶을" 이민자 행렬 7000명 넘어…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가난과 폭력을 피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중미 국가 출신의 이민자 행렬(캐러밴) 규모가 7000명을 넘어섰다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중미 국가 지원 중단을 재차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시를 출발한 이민자 행렬은 이날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에 있는 타파출라 시에서 출발해 북부에 있는 미국 국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노숙 생활을 하고 있으며 덥고 습한 날씨에 일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렬 규모는 7000명을 넘어섰다. 전날까지만 해도 5000명 수준이었던 이민자 행렬은 하루 사이 2000명이 늘면서 유엔 추산 7200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약 열흘 전 출발 당시 행렬은 약 160명으로 시작했다. 초반에는 온두라스인 중심이었으나 과테말라인, 엘살바도르인 등이 행렬에 들어섰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 멕알랜시 국경까지는 아직 1830km가 남았으며 최종 목적지를 샌디에고주 티후아나시로 한다면 시간은 두배 더 걸릴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이에 따라 행렬의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일부는 되돌아가거나 멕시코에 남아 난민 신청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민자 행렬이 미국 남부 국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렬을 비난하며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미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대규모 미국행 시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면서 중미 국가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그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 같은 경고를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렬 내부에 "범죄자들과 무명의 중동 사람들이 섞여 있다"고 주장하자 행렬의 지도자격인 데니스 오마르 콘트레라스는 "'단독 테러리스트(single terrorist)'는 이곳에 없다"면서 이러한 주장을 당장 멈춰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우린 모두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사람들이며 내가 알기론 이 제 국가에는 적어도 타락한 정부는 있어도 테러리스트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P는 "일주일 이상 함께 다니며 이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중미 이민자들과 섞여 있는 중동인은 만난 적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이 행렬을 비난하며 다음달 치러지는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현 이민법에 대해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민자 행렬은 민주당의 수치다. 지금 이민법을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또 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해 국경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이 실질적인 조치에 들어가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방부는 국경 보안을 위해 군을 배치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도 중미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등의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