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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조' 어진 인기인데... 고려 왕들의 어진은 왜 하나도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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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종 때, 전 왕조들의 어진 모아 불태워
왕들도 어진 마음에 안 들면 태워버려... 자기 어진 불사른 '태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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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의 초본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어진으로 유명한 것은 태조 이성계와 세종대왕의 어진 등으로, 6.25 전쟁 직후 화재로 대부분 소실돼 몇 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전시되는 세조의 어진도 1935년, 이당 김은호가 1735년 제작된 세조 어진을 모사한 작품의 초본이다.

그나마 조선시대 왕들의 어진은 몇 점이라도 남아있어 사료적 가치는 물론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역사콘텐츠 제작의 고증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고려 왕들의 어진은 단 한점도 남아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어진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로 알려져있지만, 여말선초 왕조교체기 때 고려왕들은 물론 그 앞의 선대의 어진들은 조정에서 모두 모아 불태워버리는 바람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기도 연천에 고려 태조를 비롯한 4명의 왕과 16명의 공신을 모신 사당이자 사적 223호로 지적된 숭의전(崇義殿)에 태조 왕건의 어진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는 고려시대 당시의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그려진 영정을 다시 모사한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태조 왕건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청동 조각상이 하나 남아있는데,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동상은 태조 왕건 사후 8년이 지난 고려 광종 2년인 951년 조각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이 동상은 불교국가였던 고려 당시 상황에 맞춰 불교의 전륜성왕(轉輪聖王), 혹은 부처의 신체적 특징에 맞춰 조각한 것이다보니 불상 형태에 많이 가깝다.
고려 태조 왕건의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는 청동 조각상의 모습. 개성에 있는 태조 왕건의 능인 현릉에서 출토된 좌상으로 현재는 북한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사진=우리역사넷)

고려 태조 왕건의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는 청동 조각상의 모습. 개성에 있는 태조 왕건의 능인 현릉에서 출토된 좌상으로 현재는 북한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사진=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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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고려 왕들의 어진들은 조선 세종대왕 시기, 조정에서 전 왕조의 어진들을 모아 불태워버리면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도화서의 화원 중 뛰어난 자들을 '어진화사(御眞畵師)'로 뽑아 그리거나 민간 화가 중 유명한 자들도 따로 선발해 그리게 하기도 했다. 보통 6~7명 정도를 뽑았으며, 13명을 뽑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장 온전하게 남은 것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인데, 이는 임진왜란 이전에 어진을 많이 만들어 한양의 문소전, 영흥의 준원전, 평양의 영숭전, 개성의 목청전, 경주의 집경전, 전주의 경기전 등 전국 6곳에 배치하여 전주 경기전의 어진 하나가 온전히 보존된 덕분이었다. 현재 국보 제 317호로 지정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은 태조 재위 당시 제작된 어진을 다시 1872년 모사한 것이다.

어진은 왕실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당시 유교국가로서 중요한 조상에 대한 봉공(奉供)을 위한 수단으로서 임금이 죽기 전에 꼭 그려야했던 것이지만, 정작 임금들은 어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어진은 일종의 기록화인데다 당시 어진은 터럭 한올이라도 같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정도로 세밀히 묘사했기 때문에 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게 나왔다고 불평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조선 제 3대 임금 태종의 경우, 상왕이 된 이후 어진을 그렸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불태워버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실록에 나온다. 영조는 21세 이후 자신의 어진을 매 10년마다 그리라고 명을 내렸고, 그릴 때마다 자신이 늙지 않았음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영조의 경우 원래 12점에 이르는 영정이 있었으나, 현재는 51세 때 모습을 그린 것을 본뜬 모사작만이 남아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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