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국제기구 및 협약 등에서 마구잡이로 발을 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리협약과 TPP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의 경제적인 이해상충 문제가 작용했다. 유네스코와 UNHCR 탈퇴는 해당 기구 내의 반(反) 이스라엘 정서를 이유로 내세웠다.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는 미국의 행보는 '황야의 무법자'처럼 거침이 없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의 위상을 가진 중국을 향해 노골적인 무역전쟁을 이미 선언했다. 중국의 자존심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미국이다.
문제는 핵보유국과의 '공포의 핵균형'도 미국이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계기로 여물기 시작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 움직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또한 중국의 발목까지 잡았다. 중ㆍ러가 새로운 핵협정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 역시 관련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속내가 편치 못하다.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개발한 미국이 오히려 INF 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힘의 논리에서 미국에 밀리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미 또 다른 군축 조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인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가 바로 그것이다. 뉴스타트는 미ㆍ러가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를 제한하는 조약이다. 2010년 체결돼 2021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뉴스타트 조약마저 폐기를 선언한다면 미ㆍ중ㆍ러의 군비경쟁은 무한대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ㆍ일과 중ㆍ러의 군비경쟁이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 사드) 문제다. 미국의 MD체계인 사드가 한반도에 상주하자 중국은 한국을 향해 가차없는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그 여파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남ㆍ북ㆍ미의 잇단 정상회담 여파로 모처럼 '한반도의 봄'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북한과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20세기의 유물인 냉전체제가 사실상 종결되는 역사적 의미도 크다. 하지만 미국이 핵균형을 뒤흔드는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경우 우리는 '신냉전체제'가 고착화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겪어야만 한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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