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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암살’…모사드 뺨치는 빈 살만의 정적 제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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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 언론인, 고문·참수 후 시신처리까지 ‘2시간’
모사드 버금가는 정보기관 특수공작에 반체제 왕자 3명 ‘죽거나 행방불명’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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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행방불명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당시 정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정적 제거 과정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터키 일간 예니샤파크는 카슈끄지 살해 당시 상황을 담은 오디오 입수 사실을 보도했다.

신문은 카슈끄지가 2일 오후 1시 14분 약혼녀와 결혼에 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고 그 즉시 기다리던 요원들이 그를 끌고 가 고문했다고 전했다. 기다리고 있던 요원들은 카슈끄지의 손가락을 여러 개 절단한 뒤 그를 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인 무함마드 알오타이비가 “밖에서 하라”고 말하는 내용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경찰 과학수대팀이 18일(현지시간) 주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주 번째 증거수집 작업 후 나서는 모습. 사진 = AFP/연합

터키 경찰 과학수대팀이 18일(현지시간) 주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주 번째 증거수집 작업 후 나서는 모습. 사진 =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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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사건의 재구성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카슈끄지의 살해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보도했다. 2일 총영사관을 찾은 카슈끄지는 알오타이비 총영사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요원들은 그를 구타 후 손가락을 자르며 고문을 시작했고, 이에 알오타이비 총영사는 “그건 (내 사무실) 밖에서 하라.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며 읍소했지만 한 요원이 “사우디로 돌아가서도 살고 싶다면 조용히 하라”며 위협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오디오에 담겼다.

이들이 카슈끄지를 참수 살해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7분. MEE는 암살 요원 15명 중 한 명인 법의학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죽은 카슈끄지 사체를 토막 내고 후처리하는 작업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동료들에게도 음악을 함께 듣자 권유한 사실도 함께 폭로했다.

현 사우디 왕실과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현 사우디 왕실과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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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는 어떤 인물?

카슈끄지는 알제리전과 걸프전 취재를 통해 서방세계에 알려진 중동 언론인으로, 특히 고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오사마 빈 라덴과 1980~1990년대 수차례 진행한 인터뷰로 명성을 얻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출신인 그는 사우디 초대 국왕 주치의였던 조부와 세계적 무기거래상 아드난 카슈끄지를 삼촌으로 둔 명문가 자제로 사우디에서 고교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1980년대 영자신문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에 투신했다.

대대로 사우디 왕실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가문의 일원으로 그는 내부정보와 고위층에 가까운 인물이었고, 친왕실적 입장을 견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 개혁 성향 사우디 최대 일간 알 와탄의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사우디 왕실의 개혁을 주장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고를 실어 2010년에 해임되는 등 왕실의 대척점에 섰다.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집권 초반의 개혁을 지지했던 그는 이후 예멘 내전 개입, 반대파 숙청을 계기로 “(빈 살만이) 이슬람 세계를 퇴행·분열시킨다”고 비난의 날을 세워 왕세자의 눈 밖에 났다. 일각에서는 카슈끄지 사건은 단순히 언론인의 실종이 아니라 사우디 왕실과 빈 살만 왕세자가 반대파에게 보내는 상징적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현 빈 살만 왕세자보다 당초 왕위 계승 상위 서열에 있었던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 그는 지난해 의문의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현 빈 살만 왕세자보다 당초 왕위 계승 상위 서열에 있었던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 그는 지난해 의문의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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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의 살생부와 모사드 뺨치는 ‘특수공작’

집권 후 개혁을 표방하며 피의 숙청을 단행한 빈 살만 왕세자의 칼날은 가족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5일 왕위 계승 상위 서열에 있던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는데, 그는 한때 사우디 왕세자였던 무크린 빈 압둘라지즈의 아들로 무크린 왕세자는 현 살만 국왕에 의해 2015년 왕세자 직을 박탈당했다.

살만 국왕의 조카이자 빈 살만 왕세자의 사촌인 ‘반체제 왕자’ 술탄 빈 투르키는 2003년 납치 후 2011년 석방됐으나 2016년 납치된 후론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납치 당시 강제 마취 후 자가용 비행기로 사우디로 보내져 감옥생활과 가택연금을 반복했다고 당시 BBC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후 반체제 활동을 지속하던 중 2016년 그가 탄 카이로행 비행기가 돌연 다른 공항에 착륙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유럽 이주 후 2014년부터 왕실과 정부 비판적 입장을 표명해온 살만 국왕의 조카 사우드 빈 알나스르 왕자 또한 사업 논의 차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나 착륙지는 로마가 아닌 사우디 리야드 공항이었다. 그 역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BBC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반체제 성향을 보인 사우디 왕자 중 국외에 생존한 사람은 2013년 독일에 망명한 칼리드 빈 파르한이 유일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반부패위원회를 내세워 왕자 11명, 장관 4명, 주요 정치인 수십 명을 기습 체포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한 뒤 부패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대파 숙청작업을 진행했다.

한편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 살해 요원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인 사우디 정보총국(GIP) 고위관리가 직접 보낸 팀이며 왕세자의 재가 없이 (암살) 작전 수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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