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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사우디가 북한에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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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북한. 두 나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석유와 핵이다. 이 무기 앞에 전 세계가 긴장한다. 문제는 이 무기가 잘 사용하면 득이 되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와 북한은 젊은 지도자의 나라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33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 살 많은 34세다. 나이 외에도 두 지도자는 공통점이 많다. 권력을 세습받았지만 집권 과정에서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다. 김 위원장은 배다른 형 김정남과 친형 김정철을 제쳤다. 장자 승계의 원칙이 깨졌다. 살만 왕세자 역시 형제 상속 원칙을 깼다. 살만 왕세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아들이다.

원칙을 깬 권력 승계는 고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김정남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정남의 세력은 이미 그전에 축출됐다. 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권력 실세 장성택도 예외일 수 없었다. 살만 왕세자는 왕족 등 권력층 수십 명을 체포해 구금하고 충성과 자금 헌납을 맹세받았다. 그가 왕족들을 구금한 뉴스는 한동안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젊은 지도자는 개혁ㆍ개방과 경제 개발을 원한다. 서방 세계에서 북한은 알 수 없는 미지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우디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는 지난해까지 공식적으로 관광을 할 수 없던 나라다. 관광비자는 올해부터 발급된다. 사우디가 오히려 북한보다도 외부에 폐쇄적이라는 의미다. 그에 비하면 북한 여행을 위한 비자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북한은 원산을 중심으로 관광 사업을 육성하고 경제특구에서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역시 북한과 사우디가 놀랍게도 일치하는 행보다.

개혁의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살만 왕세자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물들었던 사우디를 조금씩 개방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허용했다. 석유가 아닌 산업을 키우겠다며 경제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35년 만에 영화관도 생겼다. 그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결성한 비전 펀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출발로 인식됐다.

김 위원장이 병진 정책을 앞세우며 핵과 함께 경제 개발을 강조한 후 북한도 그 두 가지에 집중했다. 2016년에는 3%대의 성장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평양에 등장한 여명 거리는 20년 전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고난의 행군이 벌어졌던 북한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처럼 많은 공통점이 있는 북한과 사우디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정권의 안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올해 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그런 면에서 큰 화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지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핵과 미사일이라는 카드가 등장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과 죽음은 기껏 쌓아올린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와 개혁, 경제 개발 성과를 무너뜨릴 위기가 됐다. 제재 여론이 커지자 사우디는 오히려 석유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살만 왕세자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제사회는 실망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 개발과 핵 포기 약속을 아직 믿지 못하는 이가 많다. 석유만큼이나 핵도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그래도 내려놓아야 한다. 살만 왕세자는 그러지 못했고 세계적 지도자가 될 기회를 놓쳤다. 김 위원장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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