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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데 뒤는 안녕하십니까? 말 못할 고민 '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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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핵, 돌출·출혈 등 가장 흔한 증상…치루·치열 등 원인·증상 다 달라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변비 등이 원인
-4050많지만 2030 젊은 환자도 늘어
-맵고 짠 음식 피하고 온수 좌욕 도움
찬바람 부는데 뒤는 안녕하십니까? 말 못할 고민 '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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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직장인 김모(35)씨는 출산 후 대변을 볼 때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해 변비가 생겼다. 대변도 단단해지고 통증과 피도 피할 수 없었다. 아기가 아직 어려서 병원에 가는 대신 좌욕으로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항문에 돌출된 살덩어리가 만져지고 좌욕을 해도 그때뿐이었다. 김씨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변비와 치질이 많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며 "수술을 받아야 하나 싶지만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없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치질은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냉가슴 앓는' 질병 1순위다. 매일 화장실에서 마주하는 고통에도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워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한다. 우리가 보통 치질이라고 표현하는 증상 대부분은 '치핵'이다. 치핵은 50세 이상의 절반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좌식 생활로 인해 치핵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앉은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높다"면서 "식생활 서구화와 작업시간 증가로 치핵 환자가 과거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등 치핵 위험이 커진다"며 "치핵 증상이 있으면 과도한 운동, 장시간의 운동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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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ㆍ치핵ㆍ치루ㆍ치열 어떻게 다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질로 병ㆍ의원을 찾은 치질 환자는 63만7327명이다. 치질은 치핵과 치열, 치루 등을 포함한 항문 질환을 통칭한다. 김씨는 치질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김씨의 증상은 치핵이다. 2016년 기준 치질 환자 61만8542명 가운데 61만1353명이 치핵 환자였을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치질과 치핵을 헷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40대와 50대가 각각 20%로 가장 많았지만 20대(16%)와 30대(19%)의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치핵은 일종의 혈관 덩어리로, 항문 안쪽 점막에 위치한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경우를 말한다. 배변 시 항문이 늘어날 때와 변이 지나갈 때 장력과 압력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준다. 그런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가 지속되면 치핵이 항문 안 또는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우리가 항문에 돌출된 살덩어리가 있다고 표현할 때 바로 이 치핵을 말한다.
치열은 항문 주위가 찢어지는 것으로 변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항문관의 압력이 높고 항문이 좁은 경우 빈번하게 생길 수 있다. 대부분 배변 시 극심한 통증과 함께 빨간 피가 나온다.

치루는 발생 기전이 조금 다르다. 항문 내부의 항문샘에 염증이 발생해 고름집이 생기는 것을 항문 주위 농양이라고 하는데, 농양이 배출된 후 항문선과 피부 사이에 생긴 샛길을 말한다. 항문 주위 농양 외에도 외상, 크론병, 악성질환, 방사선 조사, 결핵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부 쪽으로 난 누공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물이나 고름 등의 분비물이 묻어 나온다.

◆치핵, 수술이 답일까= 치핵의 발생 원인은 완전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오래 서 있거나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있는 습관, 변비, 항문 괄약근의 이상과 긴장, 음주 등이 치핵을 악화시킨다고 한다. 가족력도 있고 여성들은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핵은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출혈만 있고 항문으로 돌출되는 것이 없다면 1도다. 배변 시에만 치핵이 항문으로 돌출됐다가 배변 후 저절로 원위치로 돌아간다면 2도다. 3도부터 증상이 심해진다. 3도는 배변 시 치핵이 항문으로 돌출돼 일정기간이 지나야 돌아오는 상태로 손으로 밀어넣어야 들어간다. 4도는 치핵이 항문으로 돌출돼 손으로 밀어도 안 되고 괴사나 통증이 있는 단계다.

증상으로는 치핵 돌출과 출혈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배변 시 휴지에 선홍색 피가 묻는 정도였다가 중기엔 배변 후 피가 뚝뚝 떨어진다. 말기에는 배변과 상관없이 피가 날 수 있다. 통증은 대개 없지만, 심한 경우 혈전증이나 합병증이 동반된다. 항문 주위가 매우 가려운 소양증과 점액성 삼출물이 속옷에 묻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보통 3도 이상일 때다.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1~2도와 같이 증상이 거의 없으면 좌욕과 식이요법, 배변습관 개선, 약물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도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3~4도는 늘어져있는 치핵 조직이 고착화돼 있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핵절제술의 경우 항문전문의사에게 수술받을 경우 통증도 심하지 않고 재발도 거의 없다. 상태에 따라 다르나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입원하더라도 1~2일이면 충분하다.

김진천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1~2도 치핵은 따뜻한 물로 항문 주위를 자주 씻거나 약물, 식이 요법 등의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며 "3~4도의 경우 증상이 반복되면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핵 증상을 완화하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변비나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채소, 과일 등 섬유질 음식을 잘 챙겨먹어야 한다. 5~15분의 온수 좌욕도 효과적이다. 김진천 교수는 "음식은 꼭꼭 씹어 먹고 식이요법과 더불어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의 운동은 장운동을 촉진해 규칙적이고 편한 배변습관을 돕는다"며 "화장실에 오래 있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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