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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충무로에 '담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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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반의 장미' 손담비

[라임라이트]충무로에 '담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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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했을 때 가장 불행…우울증 시달린 나를 구원해준 연기"
스크린 첫 섹시·코믹연기 주연…애드리브도 씩씩하게
한때 '의자춤' 이미지 굳어질까 부담 느껴 "노래방에서 노래는 불러도 춤은 사절"

모텔 객실에 한 여인이 들어온다. 남성들을 보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더니 상그레 미소를 짓는다. 귀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는 오른손. 손가락마다 금반지가 끼어 있다. 백금빛 귀걸이와 함께 반득반득 빛난다. 남성들은 헬렐레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시선을 조금씩 아래로 내린다. 풍만한 곡선미가 생신하게 나타나는 검은색 원피스. 보슬비를 맞았는지 촉촉이 젖어 있다. 남성들은 화들짝 놀라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정색한다. 눈치싸움을 한다. "형님,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두실 겁니까? 비에 많이 젖으셨네요. 제 마음도 젖는 것 같습니다. 이걸로 닦으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니, 이쪽으로. 너는 의자 가져와서 앉아."
좀 전까지 삶을 마감하려던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영화 '배반의 장미' 속 병남(김인권)과 심선(정상훈), 두석(김성철)이다. 격정에 사로잡혀 인생의 종점이 전환점으로 바뀐다. 어디, 그들의 말초적 신경만 자극했겠나. 그녀의 매력은 스크린 밖에서도 유효하다. 여러 번 무대에 올라 남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노래는 '미쳤어.'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등받이를 돌려놓은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가슴을 강하게 튕기더니 매끈한 다리를 의자 위로 가볍게 넘긴다. 영화 '원초적 본능(1992년)'의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이 떠오르는 요염한 자태. 실연당한 여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섹시미로 바꿔버린다. 배우 겸 가수 손담비(35)가 부리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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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어요. 섹시하고 코믹한 배역으로요.
"오래 전부터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관능적인 면도 그리고 싶었고. 마음이 앞선 탓인지 촬영장에서 부담이 컸어요. 특히 코미디 연기요.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죠. 다행스럽게도 김인권(40), 정상훈(42) 오빠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어요. 수월하게 고민을 덜어낼 수 있었죠."
-관능적인 연기를 많이 한 줄 알았는데, 이번이 처음이더군요.
"순정적이거나 우아한 배역을 주로 그렸죠, 그런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세요(웃음). 가수로 활동하면서 보여드린 성적 매력이 강렬했나 봐요. 미쳤어의 의자 춤이요. 아무래도 혼자 무대에 오르다보니 퍼포먼스가 꽤 강렬했죠. 요즘도 노래방에 가면 사람들이 시켜요. 노래는 부르지만 춤은 추지 않죠. 유연성은 그대로에요.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여줬는데, 다리가 제법 올라가더라고요. 아직 죽지 않았답니다(웃음)."

-섹시한 배역을 일부러 피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가 굳을까봐 두려웠어요.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에 갇힐 것 같았죠. 관능미를 강조했던 과거를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런 과거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테니까요. 다만 배우로서 불편한 점은 있어요. 섹시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시나리오를 많이 받아요. 다른 색깔의 배역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죠. 그래서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없었어요. 드라마 한 편을 하면 대략 1년을 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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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무얼 했나요.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술도 마셨죠.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가수로 활동하면서 휴식이 간절했거든요. 가장 화려했을 때가 가장 불행했죠.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로 활동한 2008년~2009년이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마음 놓고 눈을 붙이지 못할 만큼 바빴어요. 외로운 마음에 우울증에 빠졌죠. '내가 지금 무얼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혼란스럽더라고요. 저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많은 연예계 종사자들이 비슷한 공허함을 토로해요."

-배우로의 전환이 돌파구가 된 듯해요.
"맞아요. 진득하게 앉아서 생각할 여유가 생겼죠. 쳇바퀴에서 벗어난 것 같은 쾌감을 만끽했어요.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가 있어서 함께 나눌 수 있더라고요. 그런 대화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됐죠. 지금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탐구하고 있어요."

-많은 배우들이 코미디 연기를 어려워해요.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 성격과 잘 맞던데요(웃음). 친구들 사이에서 웃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코미디 프로그램도 즐겨보고요. 어깨에 힘을 빼고 눈치껏 연기한 덕에 큰 실수를 하지는 않은 듯해요. 연극을 하는 것 같았어요. 장소가 모텔 객실로 한정되고 대사가 많아서요. 입에 착 달라붙을 때까지 연습했어요.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온 오빠들이 메워줬고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면도 수월하게 넘어가시더라고요. '이런 게 내공이구나' 싶었어요."

-애드리브를 꽤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오빠들이 많이 해서 용기를 내봤죠(웃음). 거의 1분 동안 한 적도 있어요. 상훈 오빠의 표정이 안 좋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죠. 그 오빠는 더 많이 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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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인 '탐정 : 더 비기닝(2018년)'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어요.
"매섭게 나온 장면만 들어갔더라고요. 사실 촬영 분량이 꽤 되거든요. 제가 나온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주위에서 그만큼 배역에 잘 스며든 거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죠. 그렇게 싸늘하고 오싹한 기운이 있는 여인을 자주 그리고 싶어요. 제가 웃지 않으면 인상이 사납거든요. 그런 연기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운동도 자신 있어요. 드라마 '미세스 탑2'에서 강력 1팀 형사를 연기하면서 한 번도 대역의 힘을 빌리지 않았어요. 뒤돌아날아차기도 너끈하게 해내죠."

-가수를 병행할 생각도 있나요.
"다음 주에 신곡을 녹음하는데, 앨범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가 우선이에요. 새로운 길을 어렵게 걸어왔잖아요. 다시 섹시한 이미지로 포장되기 싫어요. 물론 무대도 그리워요. 여전히 춤을 추고 싶죠. 뜨거운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 싶어요. 그런데 많이 두려워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대기실에서 할머니 취급을 받을 거예요. 요즘 가수들이 저를 기억이나 하겠어요. 아무래도 연기에 전념해야겠어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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