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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열람 요구하자 “못 믿겠으면 가정보육하라”는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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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열람 요구하자 “못 믿겠으면 가정보육하라”는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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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청했는데, CCTV를 보기도 전에 퇴소를 권유하더라고요. 서류를 작성해 열람은 했지만, 원장은 ‘의심할 거면 아이를 왜 보냈냐’고 반응하셨어요. 그러면서 ‘모든 양육 책임은 가정에 있으니 가정보육하세요’라고 까지 말하더라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손가락 다섯 개에 피멍이 들어 왔습니다. 보낼 때가지 없던 흉터라 어린이집에 물어보니 ‘원래 아이들은 상처가 잘 난다’더군요.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럴 거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마라,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결국 CCTV 확인하자는 말도 못하고 죄송하다고 했죠.”

이는 각종 맘카페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발췌한 사례로 최근 자녀를 어린이집으로 보낸 부모들의 한탄을 대변하고 있다.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2015년부터 설치가 의무화된 폐쇄회로TV(CCTV)는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어린이집 CCTV는 지난 2015년 인천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서도 버젓이 아동학대가 이뤄졌다. 올해 8월까지 잠정 집계된 학대 피해 아동만 1만4461명으로, 이 중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건 396명에 달한다. 때문에 현 CCTV 열람 기준으로는 학대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비난과 함께 개선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현재 CCTV 열람 기준은 자신의 자녀가 학대나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의심되는 경우 CCTV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을 동행하거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동의가 있을 시에는 즉시 열람이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열람 목적과 사유 등을 ‘CCTV 영상물 열람 요청서’로 작성해 신청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소견서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이 때는 수일에서 많게는 수십 일이 걸린다.

다만, 열람 사유가 운영위원장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다른 아동이나 보육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보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만큼 사실상 어린이집 원장의 ‘결정권’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어린이집 CCTV 열람 사례는 25만 여건이었지만, 이 중 20만 6000여 건은 원장이 열람했다. 아동학대 확인 목적은 3300여 건으로 1.3%에 불과했다. 열람 절차가 까다로울뿐더러 열람을 요구했다가 이상이 없을 경우 위 사례들처럼 열람 후폭풍은 학부모와 자녀 몫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CCTV 설치 의무화 이후에도 운영방식 때문에 궁극적으로 예방이나 해결 수단이라기 보단, 이미 사건이 일어난 후 대응을 위한 증거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지속 제기돼 왔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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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 CCTV를 부모가 원할 경우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글을 남긴 청원자는 “아이가 다치지 않는 이상 CCTV 공개조차 요구할 수 없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며 “자신이 학대를 당하는 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사각지대에 두지 않도록 내 아이가 어떤 보육을 받고,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 지 정도는 알 수 있게 CCTV 운영 방식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CCTV 열람이 쉬워진다면, 보육교사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들은 원장이 CCTV 를 열람한 후 교사에게 질책하는 경우가 있다고 호소한다. 부모도 원장과 마찬가지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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