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한 언론인의 죽음이 불러온 '모래폭풍', 전 세계를 삼키나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 명의 언론인의 실종 소식이 결국 거대란 모래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서방세계 국가들이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이번 갈등이 단순히 유가를 끌어올리는 수준에서 그칠 게 아니라 국제 질서마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14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이번 카슈끄지 실종 사건이 위기로 확대될 수 있으며,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방이 먼저 움직였다. 과거 사우디 왕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라진 것과 관련해 서방 국가들인 사우디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사우디 왕실의 개입이 밝혀지면 "매우 세차고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사우디를 상대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의 실종과 관련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카슈끄지가 이미 살해됐다는 터키 측 주장을 신뢰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암살 사건 이상의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선 직격탄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우디가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원유 수출에 의존했던 자국 경제를 근대화된 국가로 탈개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때문에 극도로 보수적인 사회로 알려졌던 사우디는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을 다시 여는 등 변화를 시작했다. 특히 이런 변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사우디를 근대적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새로운 사우디의 비전을 담은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서방 기업 관계자와 정부 측 인사들은 불참을 통보했다. 사우디에 대한 서방의 응징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즉, 모래 위에 기적을 세우겠다는 사우디의 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 질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했었다. 천문학적인 무기구매 등으로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했다. 양측 모두가 서로를 얼마나 각별히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다. 사우디는 트럼프와 함께 새로운 중동질서를 구축하려고 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특히 양측은 중동평화안을 만들고, 이란과의 대립 전선을 굳건히 하는 등 중동 외교전략을 사실상 함께 만들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 내에서는 쿠슈너와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도 커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쿠슈너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놀아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우에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쿠슈너가 빈 살만이 가졌던 두려움을 해제시켰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가 서방 세계와 대립각을 세움에 따라 국제 유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5일 이란산 원유에 대해 수출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더라도, 세계 시장에 이란산 원유 공급이 큰 폭으로 줄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원유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춘 나라로는 사우디가 꼽혀왔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세계 유가 자체를 흔들 힘을 갖게 됐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애널니스트는 "(서방과 사우디의) 갈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고, 사우디는 원유를 상대로 보복해 올 것을 본다"면서 "사우디가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할 경우, 사우디는 전 세계에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서방세계가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가면 새로운 종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조너선 쉔저는 사우디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응징이 없을 때는 다른 나라들 역시 반체제인사들에 대해 암살을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쉔저는 "이번 일이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