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이번 카슈끄지 실종 사건이 위기로 확대될 수 있으며,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암살 사건 이상의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선 직격탄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우디가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원유 수출에 의존했던 자국 경제를 근대화된 국가로 탈개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때문에 극도로 보수적인 사회로 알려졌던 사우디는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을 다시 여는 등 변화를 시작했다. 특히 이런 변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사우디를 근대적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새로운 사우디의 비전을 담은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서방 기업 관계자와 정부 측 인사들은 불참을 통보했다. 사우디에 대한 서방의 응징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즉, 모래 위에 기적을 세우겠다는 사우디의 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 질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했었다. 천문학적인 무기구매 등으로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했다. 양측 모두가 서로를 얼마나 각별히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다. 사우디는 트럼프와 함께 새로운 중동질서를 구축하려고 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특히 양측은 중동평화안을 만들고, 이란과의 대립 전선을 굳건히 하는 등 중동 외교전략을 사실상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 내에서는 쿠슈너와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도 커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쿠슈너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놀아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우에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쿠슈너가 빈 살만이 가졌던 두려움을 해제시켰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가 서방 세계와 대립각을 세움에 따라 국제 유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5일 이란산 원유에 대해 수출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더라도, 세계 시장에 이란산 원유 공급이 큰 폭으로 줄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원유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춘 나라로는 사우디가 꼽혀왔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세계 유가 자체를 흔들 힘을 갖게 됐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애널니스트는 "(서방과 사우디의) 갈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고, 사우디는 원유를 상대로 보복해 올 것을 본다"면서 "사우디가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할 경우, 사우디는 전 세계에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서방세계가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가면 새로운 종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조너선 쉔저는 사우디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응징이 없을 때는 다른 나라들 역시 반체제인사들에 대해 암살을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쉔저는 "이번 일이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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