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10월 최근경제동향 발표, 투자·고용 부진에 낙관론 경계…"경기 국면 전환은 아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해온 정부가 1년여만에 낙관론을 거둬들였다.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절벽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10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ㆍ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ㆍ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 소비는 선방하고 있지만 투자, 고용 부진과 함께 생각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고 있는 국제유가와 통상갈등 등을 감안해 회복세라는 표현을 삭제했다"며 "리스크가 확대된 걸 상당 부분 반영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기 국면에 대한 전환은 아니다. 매월 경제 지표가 변동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회복세를 삭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기 낙관론을 거둬들인 데는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8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 감소로 전월 대비 1.4%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건축과 토목 공사실적이 모두 감소해 전월보다 1.3% 떨어졌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증가했지만,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 제조업ㆍ서비스업 취업자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30대(-10만4000명)와 40대 취업자 수(-12만3000명)는 줄어든 반면 정부 재정 지원에 따른 60세 이상 취업자수가 23만3000명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8월 전산업생산은 건설업(-1.3%)이 감소했지만 서비스업(0.1%), 광공업(1.4%) 등이 증가해 전월 대비 0.5% 늘었다. 현재와 미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8월달에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은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 감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감소했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보다 10.6% 증가한 25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월 소매판매(소비)는 신발ㆍ가방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각각 1.8%, 0.3% 감소했지만, 통신기기 등 내구재 판매가 2.5% 늘어나며 전월 대비 보합세를 나타냈다.
세계 경제의 대외적 위험 요인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ㆍ중 무역 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국제유가 상승 등의 요인이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추가 금리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기하는 한편 재정보강 등 경제활력 제고,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혁신성장 가속화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KDI 경제동향' 10월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정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 KDI는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내수 흐름이 정체돼있다"고 평가하며 경기 하강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각각 2.7%, 2.8%로 하향 조정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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