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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의 Aging스토리]'지피지기 백세불태'

최종수정 2018.10.11 11:00 기사입력 2018.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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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기가 되면 가장 먼저 '나'를 파악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은퇴기가 되면 가장 먼저 '나'를 파악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은퇴 이후 나와 내 가족을 아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흔한 옛말을 들먹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은퇴는 다른 삶을 다시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은퇴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고 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은퇴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은퇴 후 정신적 방황기를 겪는다고 합니다. 우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끝난 사람'에서 은퇴한 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주인공 다시로 소스케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과 꼭 닮았습니다.

소스케는 대형은행에 입사해 엘리트코스를 걸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사내 정치에서 밀려 임원이 못되고 자회사로 좌천 당합니다. 주변에서는 '끝난 사람' 취급을 하지요. 63세에 정년퇴임을 하지만 쓸모 없어진 자신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우연히 재기의 기회를 얻은 소스케. 그러나 삶은 만만치 않습니다. 노후의 실패로 소스케는 정말로 끝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일까요? 소스케는 정년퇴직에 대해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고 털어 놓습니다.
은퇴를 하셨거나 은퇴를 앞둔 분들은 주인공 소스케의 심정에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겁니다. 은퇴하자마자 '뒷방 늙은이' 취급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피지기(知彼知己)'입니다. 나와 내 주변을 먼저 알아야 백세까지 위태롭지 않은 '백세불태(百歲不殆)'가 가능합니다.

우선 내 상황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원하건 원치 않건 누구나 은퇴 이후의 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몸도 마음도 쇠약한 상태에서 벌이 없이 가진 걸 소진하며 살아야 하는 생존의 시기인 것이지요.

내 몸이 건강한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가 나라 경제발전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중요해집니다. 은퇴하면 늘상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이 나를 예전과 다르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 등 소위 '사회적 지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밥값 한 번 더 내는 친구와 더 어울리게 되는 시기지요. 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몇 번이나 밥값을 낼 수 있는지, 해외여행을 갈 때 외국어를 못해서 혼자갈 수 없다면 가이드가 꼭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비용은 마련할 수 있는지, 국내든 해외든 비상시에 긴급하게 연락할 곳이 있고 연락할 방법은 아는지 등을 먼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챙기다보면, 내 자산이 얼마인지, 내 연금 수입이 얼마인지는 필수적으로 알아야겠지요? 그 다음으로 내 곁에 아내와 가족의 상황도 파악해야 합니다. '지피(知彼)'에 해당합니다. 평생 나를 뒷바라지 하며 전업주부로만 생활해온 아내라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준비가 돼 있는지, 아내의 건강상태는 어떤지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자식들이 문제입니다. 지금 내 입안의 혀처럼 구는 자식이 내가 아플 때 나를 병수발 해줄 수 있을까요? 또, 아내가 아프면 내가 병수발 해줄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대비도 돼 있는지 챙겨봐야 합니다.

은퇴 후 내 감정을 헤아리고 남은 날을 위한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건강할 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에 맞게 시간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은퇴의 경제학은 뭔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포지티브 전략'이 아닌, 있는 것을 덜 손해 보는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합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세불태(百歲不殆)'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들이 준비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첫째, 현금화가 필요합니다. 수십억의 부동산 자산이 있어도 생계비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손들의 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60세 이후부터는 자산을 정리해 현금화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화의 Aging스토리]'지피지기 백세불태'

둘째, 연금화 해야 합니다. 목돈을 쥐고 있으면 자기 감정에 휘둘려 큰 사고를 치기 쉽다고 합니다. 신탁이나 즉시연금 등을 활용해 연금화시키면, 위험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목돈을 날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고를 쳐도 적은 사고를 치게 되고, 다음 달에는 또 다음달 생활비가 나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설레발치지 말아야 합니다. 자손에게 조금이라도 물려주고 싶으면 자산 배분에 대한 유서는 미리 작성해두더라도 미리 알리거나 실제 집행을 서둘러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식에게 몽땅 넘기고 나를 의탁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습니다. 자식이 대형 사고를 치면 공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준비됐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은퇴를 기다릴 수 있고, 은퇴 이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세불태(百歲不殆)'.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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