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실력대로 소신 있게 뽑았습니다."(선동열) vs "사과를 하시든지 사퇴를 하시든지, 두 가지 결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손혜원)
'사과'에 이은 '사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오는 단골 소재다. 국회 의원들의 추궁과 일침은 때로는 찬사를 받지만 때로는 비난을 산다.
그러나 손 의원의 질의는 논점을 비켜갔다. '누가 감독 제의를 했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근무는 어디서 하는지'를 묻더니 급기야 "연봉 외에 판공비를 무제한으로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추궁했다. 선 감독은 이 대목에서 실소했다. 이날 국감을 통해 선 감독이 연봉 2억원을 받고, 5개 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를 집에서 보며 선수들을 점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대표 선수 선발과 관련한 의혹이 풀리지는 않았다. 추궁으로 일관하던 손 의원은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는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소리 지르지 않겠다"며 분을 삭였다.
선 감독은 이미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병역의무에 민감한)청년들과 국민의 반감을 고려하지 못하고 성적만 생각한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가 청탁이나 향응 등 위법에 의해 선수를 선발했다면 '사과'가 아니라 '사퇴', 나아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과'와 '사퇴'를 병렬로 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과를 하거나 사퇴를 하라는 손 의원의 질책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선수를 선발하고 대회 성적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자 의무다. 이날 국감에서 감독의 권한은 무시당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국가대표의 노력은 폄훼 당했다. 국제 스포츠 기구의 대원칙은 이것이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쯤 되면 손 의원과 선 감독 중 누가 사과를 해야 할까.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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