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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지리산 물들인 가을, 걸어야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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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가다-인월~금계 구간

인월~금계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중 가을에 걷기 가장 좋은 코스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어머니 품 같은 능선 등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인월~금계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중 가을에 걷기 가장 좋은 코스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어머니 품 같은 능선 등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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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마을 다랑이논(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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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을로 향하는 등구재(관광공사제공)

창원마을로 향하는 등구재(관광공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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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길에서 가을을 만났습니다. 이번 여정은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건넛마을로 향하는 촌로의 느린 걸음이 마음을 달랩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온 몸을 씻고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를 것도 없고 급할 것도 없습니다. 끝 간데 없이 겹쳐지면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들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합니다. 자동차로 달렸다면 몰랐을 모든 자연의 이야기가 두 발로 걸으니 귓속으로 파고듭니다. 둘레길에서 만난 가을 풍경은 이처럼 아름답고 눈부십니다. 올해로 지리산 둘레길이 열린지 10년이 되었습니다.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ㆍ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연결, 21개 읍ㆍ면과 120여 개 마을을 잇는 장장 295km 걷기 길은 명소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중 인월-금계 구간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고 있습니다.
지리산둘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남원시 인월면에 있는 인월센터에서 시작하면 된다. 센터는 인월장터로에서 구인월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200m 가면 나온다. 센터에는 구간 지도와 숙박 정보, 주변 관광지 안내 리플릿 등이 있다. 때론 함께 할 길동무도 만난다.

출발 전 인월전통시장에 들러 뜨끈한 순댓국으로 배를 채워도 좋다. 여행 일정이 맞으면 끝자리 3ㆍ8일에 서는 오일장 구경도 재밌다. 제철 산나물과 약초를 파는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다. 장거리 트레킹을 앞두고 가방에 나물 가득 담고 싶은 맘을 꾹꾹 참는다.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에 나선다. 구인월교를 건너 좌회전하면 인월-금계 구간(20.5km) 여정이 시작된다. 1시간에 대략 2.5km 이동하니 총 8시간 코스다. 점심나절에 첫발을 뗐다면 중간 지점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 날 금계까지 남은 구간을 걸으면 무리가 없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출발해야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를 바라보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중군마을을 만난다. 고려 시대에 오군(전ㆍ중ㆍ후ㆍ좌ㆍ우군) 가운데 중군이 이 마을에 주둔해서 붙은 이름이다. 벽화를 따라 천천히 오르막을 걸으면 황매암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가도 수성대에서 합쳐지는데, 황매암으로 향하는 길은 산그늘이 있어 시원한 대신 조금 가파르다.
인월-금계 구간은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하며 걷는다. 6개 산촌이 정겹고, 둑길과 임도, 농로, 숲길, 산길, 차도 등 모든 길을 만난다. 갈림길마다 방향을 표시한 나무가 산과 나를 지켜주는 장승같다. 빨간색은 인월-금계 구간 끄트머리인 금계로 향하는 길이요, 검은색은 시작점인 인월로 가는 방향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500m마다 이정표가 있다. 길을 잃었다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서 놓친 이정표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곳곳에 쉼터와 약수터,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으니 배고플 걱정은 없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은 지친 발에 최고 명약이 아닐까. 이정표마다 더해지고 덜어지는 숫자가 걸어온 길의 거리를 말해준다.

인월에서 5.8km, 출발한 지 2시간이 흘러 배너미재를 넘는다. 천천히 숲길을 빠져나오니 장항마을이다. 수령이 410년이나 되는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인근의 실상사도 볼 만하다. 실상사는 보통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사찰과 달리 산내면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걷다가 들러도 부담 없다.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데다, 실상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실상사에서 상황마을로 가는 길목, 산내면은 두 번째 고향에 터를 잡은 사람이 많다. 지리산과 땅의 부름을 받아 귀농한 이들이다. 사연 많은 젊은 날을 보내고, 이곳에서 자연의 속살을 누린다.

상황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지리산에서 맞는 아침은 황홀하다. 일정이 되면 무리하지 않고 하루를 머무는 이유다. 차가운 공기가 귓바퀴를 감돌아 마음으로 파고들다 나간다. 가을볕에 익은 벼는 고개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

길을 나선다. 민박에서 기르는 개 '바래'가 앞장선다. 오르막길을 포함해 7.5km나 되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정자에 올라 물도, 바람도 나눠 마셨다. 혹여 걷다가 바래를 만나면 인사를 건네시라. 언제고 당신의 든든한 안내자를 자처할 터이니. 상황마을은 다랑논이 폭포처럼 흐른다. 다랑논은 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일군 논이다. 자동차로 오르면 순식간에 지나쳤을 풍경이 온몸으로 와락 안긴다.

숨이 가빠진다. 상황마을에서 제법 오르막길을 오르면 등구재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바뀌는 지점이다. 왼발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오른발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있다. 옛사람들은 함양에서 오도재, 등구재를 넘어 남원으로 왕래했단다. 이내 창원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활짝 열린 대문으로 일광욕하는 고추가 보인다. 가을이 마당에 펼쳐지니 넉넉한 수확의 계절을 실감한다.

금계마을을 마지막으로 인월-금계 구간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20km 남짓 걸었는데 마음이 홀가분하다. 지리산둘레길이 열린 지 10년이 흘렀다. 지천으로 난 고사리는 새순을 10번 냈고, 흙길은 더러 시멘트 길로 바뀌었다. 땅거미 지면 겨우 한두 채 불빛이 보일까 말까 하더니, 이제 민박도 여럿 있다. 외지인은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을 마련하려고 부지런히 망치질한다. 그저 사람이 지금보다 조금 더디게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원=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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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논산천안고속도로 이어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IC교차로에서 구례 남원방면 우회전, 백광산사거리에서 광주대구고속도로 인월교차로 지리산국립공원 인월방면 우회전해서 둘레길 인월센터로 가면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를 이용하면 함양IC에서 88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진입해 지리산IC를 나와 60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인월면소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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