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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세종 집현전과 정부출연연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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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이 밀집한 대전 대덕구에서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15세기 조선을 세계적인 과학기술과 문화강국으로 꽃피우게 한 세종의 집현전 시스템을 재조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세종이 조선시대 가장 위대한 국왕으로 칭송을 받게 된 데 싱크탱크 집현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국가 최고 인재들이 모여 세종과 함께 조선의 정치ㆍ제도ㆍ문화뿐 아니라 탁월한 과학기술 성과들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대덕구에 위치한 출연연구기관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도약을 일궈낸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21세기 집현전이라 할 것이다.
최초의 출연연인 키스트(KIST)는 국가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지고 제조업 발전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국가적 수요 확대로 많은 연구기관들이 속속 설립돼 출연연은 50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국가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출연연의 위상은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따른 역할 재정립 미흡과 성과부족으로 대내외적 비판이 높은 실정이다.

그동안 출연연 문제 개선을 위해 여러 혁신 방안들이 추진됐지만 결과는 부진했다. 다른 선진국 연구기관들을 벤치마킹하던 관행적 접근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유산인 집현전은 세계적 연구성과 창출뿐 아니라 운영시스템 측면에서도 탁월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집현전 시스템에 대한 재조명이 출연연 연구개발(R&D) 시스템의 개선 방향 설정에 유용해보이는 이유다.

첫째 집현전은 '경연'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활발한 토론으로 문제해결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토론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학습과 훈련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인재들의 역량이 길러지고 우수한 성과가 창출됐다. 그러나 지금의 출연연은 연구자 간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상호 개방성도 부족해보인다.
둘째 집현전은 역량과 실력 중심의 평가와 더불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리가 이뤄졌다. 신분에 관계 없이 실력 중심으로 평가돼 역량 중심의 인재 활용이 이뤄졌고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울 만큼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환경에 있었다. 그러나 출연연은 아직도 양적평가가 중시되는 분위기이며, 관료적이고 경직화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자율 관리의 폭과 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집현전은 신뢰에 기반해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동료 간에도 협력의 리더십이 발휘됐다. 특히 세종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졌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출연연은 경쟁을 촉구하는 평가제도와 동료 간 신뢰기반이 취약해 협력이 잘 안 된다. 무엇보다 출연연과 정부 사이 신뢰가 낮은 상황이다.

넷째 집현전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융합의 장이었다. 집현전의 연구결과는 정부 정책과 제도로 적용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으며 정부는 좋은 결과물을 과감하게 채택했다.

탁월한 성과들을 창출한 집현전 운영 시스템의 핵심은 신뢰에 기반한 자율과 책임체제의 구현이다. 지금까지 출연연 운영에도 이 같은 '자율과 책임 체제' 구축이 강조돼왔지만 실제로는 관료적 통제와 경직성이 여전히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출연연 간 신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역시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될 것이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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