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DJ'로 유명한 이동진 기관사 인터뷰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토록 뜨거웠던 한여름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금은 이른 듯한 행복한 한가위가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걱정, 근심 잠시 내려놓고 고향 친지들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정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을 포함해 달력 속 빨간날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직업이 있다. 지하철 기관사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모두가 쉬는 날에도 '시민들의 발'이 되기 위해 묵묵히 지하철을 운전한다.
지하철 기관사들은 순번제 혹은 제비뽑기 등 추첨을 통해 휴일에 일할 사람을 정한다. 이 기관사가 있는 곳은 요일에 상관없이 휴일을 정한 뒤 근무를 교대하는 '교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기관사에게 추석 연휴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날이다. 지하철 운행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조금 지났을 무렵, 추석 연휴에 그가 운전하는 열차 앞으로 23세 청년이 뛰어 들었다. 이 기관사는 "당시 스크린도어가 얼마 없을 때"라며 "트라우마 때문에 몇 달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석 연휴의 기억이지만 그 뒤로 이 기관사는 용기를 내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들고 열차 내 방송을 하게 된 것. 이후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용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열차는 혼자 운전하지만 그 뒤에 수천 명이 타고 있다"며 "그들 속에는 가족이나 친구도 있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 기관사는 평소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좋은 글귀가 있으면 메모한 뒤 조금씩 상황에 맞게 수정해 방송 멘트로 사용한다.
지하철 5호선은 방화역에서 마천역, 상일동역까지 편도 약 1시간30분 거리다. 한 번 운행을 하면 왕복 3시간을 혼자서 일해야 한다. 이 기관사는 "거리가 깨끗한 건 새벽부터 청소를 해주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어 사회가 돌아간다고 본다"며 "5호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하라 근무 여건이 힘들지만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면서 관심을 가져줘 만족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작은 배려'다. 이 기관사는 "여유롭게 열차를 이용해주면 좋겠다. 문이 닫히는데 타려고 하다가 스크린도어나 출입문에 끼는 경우가 있다"며 "지하철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주는 게 기관사들의 스트레스도 덜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이 했던 방송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객 여러분 서울교통공사는 언제나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오늘도 안전하고 쾌적한 열차 운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승차하신 열차는 마천행 열차이고 저는 고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사 이동진입니다. 감사합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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