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세계 경제는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 부동산의 위기는 금융의 위기로 이어졌고,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유럽 경제가 휘청였고, 무역은 감소했으며, 마이너스 성장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작은 희망에도 주가는 솟구쳤다, 기대가 꺾일 때마다 주가는 폭락했다. 유가가 올라서 주가가 내려갔고, 유가가 낮아져서 주가가 떨어지는 일들이 벌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10년을 맞아 기고문을 통해 '2020년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는 10여가지를 이유를 들었는데,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미국 경기 부양 동력이 소진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황이라는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동시에 지출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연히 미국 정부 부채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이 같은 경기 부양 능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무역분쟁도 성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유럽 경제의 성장 둔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위기, 신흥국의 위기 등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시행됐던 각종 비상대책으로 인해 이제는 쏟아부을 정책 수단 등의 남아 있지 않다.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명줄은 찾기 힘든 형국이다.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징표는 정치다. 전세계는 유례없는 스트롱맨(strong-man)들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위기의 두 가지 패자(敗者)로 자유민주주의와 개방된 국경을 들었다. 그 단적인 증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근린궁립화 정책(관세 등을 올리는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의 등장이다.
위기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전성시대를 불러들였다. 1930년대 전체주의가 부상했을 때처럼.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자, 그 책임은 일반 서민들에게 전가됐다. 정부는 서민들을 상대로 세금을 늘려 거뒀고, 재정건전성 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지출을 줄였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수록, 서민들은 자유경제나 개방경제를 부정하게 됐다. 정부가 대마불사 등을 내세우며 가진 사람들, 금융인들의 이익만 보호하려 함에 따라 기성 정치권이나 기성질서에 대한 믿음은 깨졌다. 더욱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외국탓이나 난민(이민자) 등은 희생양으로 삼기 좋았다. 그 결과가 바로 포퓰리즘의 등장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표방하며, 기성 질서를 타도하겠다고 약속하고 눈에 보였던 희생양들을 상대로 뻥 뚫리는 듯한 이야기를 꺼내는 정치인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견제, 균형 등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질서의 급격한 쇠퇴가 전세계적으로 벌어졌다. 그 틈새를 뚫고, '남을 탓하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움켜줬다. 그 결과 각국은 자유무역 질서보다는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무역전쟁의 시대에 처하게 됐다. 유럽의 경우에도 유럽연합(EU)차원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할라치면, 극우로 대변되는 정당들인 재정의 자율을 내세우며 빚을 EU의 정책이 반발하고 나서는 정권들이 등장했다. 기존의 견제, 균형 논리를 뛰어넘는 강력한 지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위기는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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