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질환 초점 맞춘 건강상태질문서 수정해야…동네 병의원급 대응체계도 전면 점검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검역소 직원들이 두바이발 대한항공 탑승객들의 건강상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국내에서 3년 만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추석 연휴 직전인 22일 0시를 기해 '사실상' 종료됐다.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관심’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메르스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메르스 환자 발생 14일만인 22일 밀접접촉자 21명 전원에 대한 격리도 해제되면서 확산 우려를 크게 덜게 됐다.
전문가들은 전국민을 메르스 공포에 몰아넣었던 2015년과 달리 이번에는 의료기관의 신속한 대처와 보건당국의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한 총력대응 등으로 조기에 상황을 종료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검역 단계 및 대응체계에서 드러난 일부 미비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자 '입'에 의존한 검염체계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점 마련이 절실하다. 이번 사태로 메르스 환자가 검역시 증상 등에 대한 정보를 숨길 경우 방역망이 고스란히 뚫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거쳐 입국한 메르스 환자가 몸상태가 안좋아 휠체어를 탔고, 설사 증상을 호소했지만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하면서 1차 방역 저지선인 공항검역 단계에서 의심단계로 분류될 기회를 놓쳤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설사 증상만으로 감염병으로 분류한다면 무수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검역시 애로점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형식에 불과한 건강상태질문서를 개선하고, 검역단계 대응을 강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현재 건강상태질문서는 과거 콜레라 등 수인성 감염병에 초점이 맞춰져 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검역 단계가 발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 전재현 교수는 "환자가 비행기 탑승 전 해열제를 복용하면 공항 검역대에서 열감지를 할 수가 없다"면서 "국내 검역시스템은 발열감지기에 의존하고 예산을 집중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의식변화도 시급하다. 감염병 추가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의심증상이 있다면 이를 검염당국에 바로 신고하고 거짓없이 진술하는 자세는 기본이다.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를 간과한다면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질본에 따르면 중동입국자는 매일 약 1200명에 달할 만큼 많다. 하지만 UAE 두바이 등 관광지에서는 중동 입국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낙타를 접촉하거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질본 관계자는 "올해 1월 이후 중동지역 메르스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 114명, UAE 1명, 오만 1명 등 총 116명(9월 8일 기준)"이라면서 "이슬람 성지 순례기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방문자가 증가해 이에 대한 위험요인이 있는 만큼 해당 국가를 방문한 국민들은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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