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최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전문의 대신 수술을 집도한 뒤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이어 울산의 한 병원에서도 간호조무사가 700회 이상 대리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부산 정형외과의 원장은 면허 박탈 없이 10일 만에 의료 행위를 재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병원 간호조무사 B 씨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제왕절개와 복강경 수술 시 봉합, 요실금 수술 등을 710여 차례 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또한, 간호사 1명도 제왕절개 봉합 수술을 10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원장 A 씨 등 의사들은 B 씨가 대리 수술을 하는 동안 외래환자를 진료했다고 밝혀졌다.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자 해당 병원 원무부장은 환자에게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환자의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했으며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하기도 하는 등 사고를 은폐·조작하려 시도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대리수술 문제가 연거푸 불거지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폐쇄적인 병원 수술실 구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C 씨는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으나 지난 7일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2000만 원을 내고 석방됐으며 석방된 지 10일 만에 의료행위를 재개했다.
이와 관련해 영도구 보건소는 검찰의 의료법 위반 처분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검찰이 사건처리 결과를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에 통보하면 해당 병원에 적법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A 씨를 기소하더라도 보건소가 A 씨에게 내릴 수 있는 행정 처분은 자격정지 3개월이 전부다.
또, 폐쇄적인 수술실 구조와 관련해서는 환자단체와 경찰 등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으나 전문가 단체 측이 의료진의 사생활 침해,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 훼손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법안이 폐기됐다.
고정호 기자 ko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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