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백두산 정상에서 손 맞잡은 文-金…"소원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9시 33분께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두 정상 내외를 위한 의자 4개와 티테이블이 준비 됐지만, 두 정상은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이동해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27 회담 때 김 위원장께 말씀을 드렸다.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는데,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우리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다짐을 했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며 감격해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며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고 말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담소를 나눈 뒤 곧바로 기념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시간에도 남북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이 "여긴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고 말하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자 주변에 있던 문 대통령 공식수행원들과, 북측 고위관계자들이 모두 박수치며 크게 웃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에게 자신이 직접 기념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말하면서 주변의 웃음꽃을 자아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김정숙 여사가 가져온 '500ml' 생수병이었다. 이 생수병에는 제주도에서 직접 공수한 한라산 물이 담겼다. 김 여사는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라고 말하며 한라산 물을 천지에 일부 뿌리고 다시 이 생수병에 천지물을 담아 한라산 물과 합수(合水)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서울로 오면 답해야겠다"라고 말하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거들어 주위를 폭소케 했다.

백두산 정상에서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대기하고 있던 차량 탑승해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