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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군대·취업 스트레스 안고 사는 1020 청년들…화병 앓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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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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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10대와 20대 화병 환자가 최근 5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화병(火病)은 속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증상의 정신질환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병을 앓는 10,20대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가정, 학교,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김광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민주평화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화병 환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대와 20대에서 큰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013년 293명이던 10대 화병 환자는 2017년 602명으로 105% 증가했다. 20대 환자도 2013년 767명에서 2017년 148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회사에서 상사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평소에도 의견 차이로 자주 부딪혔던 사이지만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 나도 모르게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며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내기가 너무 어렵다. 이러한 증상이 길어지면 사회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와 같이 쉽게 화를 내고 주체하지 못하는 이른바 ‘분노조절장애’ 현상을 겪는 현대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지난해 5986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으로 매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별로는 20대 29%, 30대 20% 등으로 10~20대 젊은 층의 환자가 많았다.

분노조절장애 주요 증상으로는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자극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일컫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5986명(2017년 기준) 가운데 20대(29%) 비율이 가장 높았고 30대 20%, 10대 19%로 드러났다.

20대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제대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세상 사람들이 날 요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위축감이 든 때가 많다"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면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정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게 되면 스트레스도 덜 느끼게 된다.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하면서 나아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때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병을 토로하는 10대 청소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10대 화병 환자는 2013년 293명에서 2017년 602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10대 미만 화병 환자도 2013년 79명에서 2017년 104명으로 31.6%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주로 학업,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화병이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10대 청소년들은 적지않은 수가 자해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2463명으로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4.1명이다. 자살률은 2011년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자살예방 정책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김 의원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을 ‘Hwa-byung'라고 표기할 정도로 화병은 한국인의 독특한 질병”라며 “최근 입시군대취업결혼 등 생활 속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사는 1020대 환자의 증가는 현 시대 우리 청년들의 고된 삶이 투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욱해서 홧김에 저지르는 살인·방화·보복운전 등 이른바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청소년 및 청년 화병에 대한 예방과 체계적인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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