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4시간 여 만에 잡힌 퓨마 ‘호롱이’를 교육용으로 박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립중앙과학관이 ‘교육용’으로 사용하겠다며 사체를 기증해 달라 요구한 것인데, 호롱이에 대한 애도의 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살한 것도 모자라 박제해 전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호롱이 사살 사건은 동물원 존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평생을 ‘전시용’으로 살다가 인간의 잘못으로 사살까지 당한 호롱이를 애도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동물권’과 관련한 의견들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그런데 퓨마가 사살당한 다음날인 19일, 대전오월드를 관리하는 대전도시공사가 호롱이의 박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생물의 다양성 보전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로 학생 교육용으로 박제하겠다며 사체 기증을 요구했고. 대전도시공사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인간의 욕심으로 괴롭게 살아왔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위해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 이 생명에게 주어지는 결과가 결국 박제 또는 폐기라니”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박제나 폐기가 아니라 동물원 한 편에라도 퓨마를 기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살된 퓨마는 당초 폐기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국제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금강유역환경청에 동물 폐사 신고를 마쳤고, 절차가 끝나면 소각될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폐기되는 것보다 교육용으로 전시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또 외국에서는 공익 목적으로 동물 박제를 선택하는 일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한 예로 미국 그랜드캐년 부근의 기념품 가게에는 퓨마 한 마리가 박제돼 있다. 늙어 죽거나 병사한 것이 아니라 그랜드캐년에 놀러온 관광객이 과속한 차량에 치어 죽었다. 공원 측은 로드 킬된 퓨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박제 한 후 ‘야생동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취지로 이곳에 전시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박제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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