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선 '민족의 영산'…북측선 '김일성 항일무투 현장'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할 백두산은 한민족의 영산(靈山)으로 꼽히는 공간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백두산 방문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남북 간 화해ㆍ협력 분위기를 고조하는 한편, 두 정상 간 우애를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백두산은 남북 양측에게 모두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근ㆍ현대에 들어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민족주의가 태동하면서 백두산은 한민족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오래 전 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북측의 경우 백두산은 곧 정권의 정통성인 '항일무장투쟁'을 상징한다. 실제 북측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투를 벌이던 1942년2월 백두산에 위치한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방문할 예정인 백두산의 최고봉 '장군봉' 역시 백두혈통을 강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붙인 명칭으로 알려졌다. 장군봉의 본래 명칭은 조선시대 병마절도사를 뜻하는 '병사봉(兵使峰)'이다. 장군봉 외에도 백두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뜻하는 정일봉이 존재한다.
그런만큼 두 정상의 이번 백두산 등정은 정치적 이벤트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내년 3ㆍ1운동 10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키로 하는 등 민족적 교류ㆍ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두 정상이 남북 간 화해ㆍ협력 분위기를 고조하고 친교를 깊게하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대북제재에 막혀 있지만 북측으로서는 차후 백두산 관광 확대 등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백두산 방문은 문 대통령의 요청을 김 위원장이 수용했다는 측면, 향후 관광 개발을 고려한 측면 등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민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북측의 내부 비핵화 설득 논리를 일부 제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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