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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주택 공급대책보다 수도권 과잉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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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 관리에서 공급확대로 선회하고 있다. 그 중심에 그린벨트가 있다.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전반적 규제 완화가 읽힌다. 하지만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문제는 결코 공급 부족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물론 주택공급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렇다고 실익보다 부작용이 훤히 보이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들고나온 정부가 안쓰럽다. 핵심은 놔두고 엄한 곳에 가 드잡이를 하겠다는 모습이 미욱해 보일 지경이다.

수도권의 고질적 주택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발상으론 해결될 수가 없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보다 2.3배, 런던의 3배, 도쿄의 2.5배, 베를린의 3.9배 등 해외 메가시티의 두 배, 네 배에 이른다. 주택보급률도 96.3%다. 한마디로 사람도 집도 너무 많다. 수도권 과잉, 무엇보다 서울 과잉이 해결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은 무용하다. 서울연구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자가 보유율은 43%다. 결국 57%에 해당하는 215만 가구가 서울에 소재한 주택의 잠재 수요자다. 여기에 이미 집이 있지만 '부동산 왕국'의 명성에 걸맞게 추가 투자를 원하는 수요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 수요자까지 합하면 산수로 계산이 서질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집을 더 짓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과거 정부에서 충분히 학습했던 시행착오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때도 수도권 땅값은 요동쳤다. 이명박 정부 때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세곡동 아파트는 서민들에게 언감생심(焉敢生心)인 초고가 아파트가 돼 버렸다. 지난해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성남시 금토동 땅값도 3배나 뛰었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 누군가에겐 돈을 가져다주지만, 주택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시의성도 문제다. 그린벨트 해제, 택지선정, 준공, 입주 등 수년 이상 길게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당장 치솟은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92%가 국토 면적의 16.6%에 해당하는 도시에 살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 절반이 산다. 그만큼 도시 내 녹지와 공원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2014년)를 보면 수도권의 녹지면적은 인구 100만명당 4.6㎡로 최하위권이다. 도시공원과 자연공원을 모두 합한 공원 면적도 국민 1인당 7.6㎡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9㎡에 모자란다.
물론 수도권의 치솟는 집값과 땅값을 두고 볼 수 없다. '갓물주'라는 조어가 등장할 만큼 부동산시장은 과열이다. 그중에서도 주택문제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 어떤 이견도 있을 수 없다. 단 해법이 문제다. 공급 일변도 그것도 그린벨트를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충분히 실패를 경험했다. 응급조치 카드로 당장 써먹을 수도 없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그나마 수도권 녹지의 마지노선이다. 수도권 시민을 지켜내는 교두보다. 언제고 써먹으려고 비축해 놓은 곳이 아니라 그 목적이 분명한 녹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둬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벨트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 심혈관에 이상이 있으면 흉부외과, 뇌에 문제가 있으면 신경외과적 진료를 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임대주택 좋다. 주택공급도 좋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꺼낸 카드론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무엇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짓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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